오늘은 수요일. 문화원에 사군자를 공부하러 가는 날이다. 마음이사 매화를 열 번도 더 그리고, 처음 꽃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배운 매화를 복습하는 셈치고 체본 모두를 연습해서 가겠다 해 놓고서는 차일피일 미루다 한 장 못하고 말았으니 가고 싶은 마음이 선뜻 날 리가 없다.
가방은 어제밤에 다 챙겨놓고서도 망설이고 있는 참에, 또 무슨 핑계가 없을까 하고 있는데 따르릉이 왔다. 사군자 총무다. 내가 한 마디만 삐딱하면 그냥 화를 낼 것 같은 느낌이 목소리에 묻어나온다. 두 말 않고 가겠다고 하고서는 슬슬이를 타고 나섰다.
복장이 좀 야하다. 아래 바지는 우리 가족이 모아서 내가 안전하라고 사준 슬슬이용으로, 위는 빨간 티셔츠를 입었으니 말이다. 문화원에 들어섰더니 말들이 많다. 핼멧까지 썼으니, 얼굴을 아니 보면 청년 같단다. 그래서 어떤 이가 내가 무슨 말인가를 물었는데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뭐라구요? 하고 반문을 하고서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나이가 몇이냐를 나보다 훨 선배께서 내게 '춘추'가 얼마냐고 물었으니 내가 못 알아듣는 게 정상이다. 해방동이라니까 모두가 나이 계산을 하느라도 한동안 수선스럽다.
그러더니 그 나이면 빨간 티를 입어도 되겠단다.
무척 오랜만이라 두 달치 학채를 내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체본을 둘 받았다. 3절지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해서 매화 하나, 춘란 하나 그렇게 체본을 받았다. 그리고 서도협회 출품했던 작품과 상장과 도록을 찾아왔다.
총무가 이제 졸업을 했단다. 무슨 얘긴고 하니 초대작가가 되었다는 거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을 쏘는 날이라 나도 빠지면 안 된단다. 분위기가 빠지면 영 아닐 거 같다. 그래서 슬슬이를 타고서 문화원에서 성산 유탕교까지 달렸다. 마지막 남은 자리 하나. 모두 20명.
잘 먹고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묵은 밭이 있어 돌아보니 망초가 제 세상이란다. 일부러 심은 듯하다. 정말 그랬을까?

슬슬이를 타기에는 더운 날이다. 씻고 나니 시원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