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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M시의 결핵 요양원 18호실은 모처럼 웃음바다가 됐다.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후 처음으로 우리 자매는 면회를 왔다.
요양원은 애기의 출입이 통제되었기 때문에 언니가 조카의 고추만 달랑 나온 사진을 가지고 와서 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이기 뭐꼬?”
“아부지 손자 아입니꺼. 아직 갓난쟁이라서 인물은 그렇고예, 아부지가 하도 아들아들 해싸서 고추만 사진 찍어서 증거로 가지고 왔구만.”
“하하하 허허허.”
아버지께서 결핵으로 요양원엘 들어가시자 외할머니께서는 얼씨구나 하고 아버지를 씹기 시작하셨다.
눈은 까꾸장하게 뜨고, 입 꼬리는 한 쪽을 올리고서는 한이라도 풀려는지 계속 고시랑 거리신다.
“니 에미가 왜 죽었는지 아나? 그까짓 아들이 뭐라꼬 아들 얻는다는 핑계로 기집 질을 그렇게 해 싸니 니 에미가 복장이 터져서 죽은기라.”
“할매, 이제 고만 할 때도 됐심더, 고만하소.”
“에구, 그래도 지 애비라꼬 듣기 싫은 모양이제.”
아침에 아버지 면회를 가겠다며 조카를 맡기러 외가댁에 들렸더니, 죽은 딸이 보고 싶어서 외할머니께서는 또 푸념을 늘어 놓으셨다. 반듯한 가르마에 갸름한 얼굴 모습은 돌아가신 엄마와 흡사했다.
험한 말로 아버지의 흉을 보시면서 부엌으로 들어가신 외할머니께서는 한 참 만에 보따리 하나를 들고 나오셨다.
“아나, 니 애비 갖다 줘라.”
“이기 뭡니꺼?”
“니 애비가 오징어 젓갈을 조아하잖나, 요새 암탉이 알을 마이 나서 달걀도 좀 쌌으니 안 깨지게 조심하고.”
M시의 요양원까지는 승용차로 40분 거리다. 환자들의 건강을 이유로 주차장에서 입원실까지는 제법 걸어야했다. 덜렁대는 성격의 언니는 보따리가 무겁다며 내동댕이치듯 내려놓는 바람에 보따리 속의 계란이 깨졌는지 찐득한 물에 베어 나왔다.
“뭘 이래 가지고 왔노?”
“외할매가 아부지 갖다 드리라꼬 이것저것 싸 주시데예,”
“그 할망구, 나만 보믄 니 엄마 잡아 묵었다꼬 눈을 치키 뜨면서도 맏사위는 엄청 챙기싸쿠만.”
딸 없는 맏사위 챙기는 장모가 고맙고 미안한지 귓불이 붉어지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아버지의 눈자위도 붉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언니가 느닷없이 아버지의 바지를 내리고 손바닥으로 간호사가 주사를 놓을 때처럼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나도 한 대 거든다.
“아야, 야들이 와이카노?”
아버지께서는 억지로 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손에는 외손자의 고추만 찍힌 사진을 들고서,

“고놈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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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13:19:30 (*.149.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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