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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마음이 조급해서 더 참지 못하고 번개를 치고 말았다. 내일은 딴 일로 정기모임에 참석할 수가 없어서(죄송합니다) 할 수 없이 조바심을 누르지 못해 그만 번개를 친 것이다. 몇 분이나 오실지 걱정이 되기는 했다. 이 바쁜 시절에 이틀씩이나 나들이를 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고서 나 혼자라도 가지 뭐 그런 심정이었다. 최소한 듀리언님과 돌쇠님을 가겠지 했는데 두 분 다 바쁘시단다. 그래서 나 홀로 번개려니 했었는데 뜻 밖에도 수연님께서 9시 50분에 따르릉을 하셨다. 보해소주 정문 앞이라고. 벌써 오신 것이다. 감사 또 감사. 부라부랴 먼저 탐사하러 앞 산에 혹시 뭐가 있을까 하고 올랐다가 황급히 내려가는 내 발길이 마음처럼 바쁘다. 보해 담벽을 돌아서자 마자 수연님께서 반가와 하시며 손을 흔드신다. 꾸벅 인사하고는 혹시나 하고 다른 임들을 기다려 본다. 그러나 열시가 넘어도 감감 소식. 따르릉도 없으니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는 5분에 출발. 번개 2명. 그래도 한 분은 오셨잖은가 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뒤를 돌아본다. 누가 혹시.............. 샛길로 차를 몰아 접어드니 산지기가 출타를 했는지 쇠줄이 갈 길을 가로막는다. 그곳에 차를 그냥 두고 출발. 집 앞에 들어서니 멍멍이란 녀석이 컹컹 반긴다. 제각 앞을 돌아 산길로 접어드니 둠벙도 하나 있다. 아마도 고기가 좀 들었으리라. 누군가 낛시를 한 흔적이 보인다. 내 12대조 할아버지 산소 벌안 그 물매화들이 자리하고 있다. 벌안에 들어서니 때 아닌 제비꽃이란 녀석이 우리 일행(?) 둘을 반긴다. 막 벌안에 들어서자 마자 돌쇠님 따르릉이다. 어디 있냔다. 산에 오르는 중이라니 보해 정문 앞에 삼서 회원분 셋이서 기다리신단다. 도착 시간이 10분이라신다. 저런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5분만 기다렸어도. 수연님께 말씀드리고 부랴부랴 하산. 마음도 바쁘고 다리도 바쁘다. 보해 담벽에 들어서니 저 끝에서 차 문을 열고 나오시는 얼굴에 웃음꽃이 하나 가득 담겨 있다. 이렇게 반가울 수도 있는 것인가! 이제 번개 일행 다섯이 아닌가! 번개가 이 정도면 대 성공이다. 감사 또 감사. 샛길로 돌아 갈림길에 차를 얌전히 주차하고 내리니 수연님 거기까지 내려오셔서 우리를 맞이하신다. 지나는 길에는 우사가 있어서 향그럽지 못한 냄새가 잠깐 코를 찡그리게 한다. 그래도 어쩌랴! 산지기의 일인걸. 벌안을 한 십여 미터 올랐을까.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물매화가 아직도 꽃망울채로 솟아 있다. 여기도 물매화 저기도 물매화. 아직은 좀 철이 이른가 보다. 산등성이로 올라갈수록 여기저기 망울을 터뜨린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뒹굴며 한 컷 또 한 컷. 선녀의 옷자락 같은 정갈이 눈 앞에 펼쳐진다. 미역취도 덤으로 하나 찰칵 하고는 여기저기를 찾는다. 더 없을까. 요 녀석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선녀 옷자락에서 신방을 차리고 있다. 선녀도 아마 빙긋 웃으시려나? 물매화頌 벌 안에 옹긋쫑긋 솟아난 꽃망울이 수연님 비문을 읽으시고 내게 물으신다. 12대 조상 중시조 덕에 이곳에 물매화, 이 꽃이 있는 걸 알았노라고 실토. 조상을 잘 모시면 복을 받는다고 했다. 작년 11월 추운 날이다. 시제에 모처럼 참석을 해 보니 아 글쎄 물매화란 놈이 딱 한 송이 피어 있지를 않은가! 곁에는 꽃은 이미 지고 열매가 꽃인 양 예쁘게도 매달려 있어 찰칵을 해서는 카페에 올렸었지 않은가! 그때는 이 꽃의 이름을 몰라 알려주세요 했었다. 스타치스님이 물매활 거라고 댓글을 달아 주셨었다. 이걸 기억하는 이는 아마도 천재 중에 천재리라. 지금 뒤져 봐야겠다. 언제 올렸는지? 찾아보니 11월 27일에 올렸었다. 엊그제는 시사에 갔었는데 무덤 가에 여기 저기 피었다가 이제는 이울어가는 꽃이더군요. 뒤의 사진은 꽃이 지고나서 열매가 맺힌 것 같습니다. 이름 좀 알려 주세요. 바로 이 사진들이다. 무덤가에 주저앉아 우리는 수연님께서 싸오신 맛있는 부침개와 매실 장아찌를 안주 삼아 오래오래된 포도주를 마셨다. 그 맛이란 뭘로 형언할까? 다섯이서 양주병으로 하나 가져오신 걸 다 마시고 말았다. 운전해야 한다면 재무님, 수연님 그냥 맛에 끌려 가신다. 하나도 남기면 안 된단다. 남기면 다시는 그렇게 도시락을 사모님께서 안 싸주실 거래서다. 다 먹고는 하산을 서두른다. "커피라고 한 잔 안 주시려우?" 큰일 날 뻔했다. 그냥 말씀 안하시고 가셨으면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내가 상황 파악에는 영 젬뱅이라서 그렇다. 모시고 집에 오시 이것 저것 보시고 좋아하신다. 그야말로 쓴 커피 한 잔이다. 뭐 드릴 게 있어야지. 그 잘난 내 시조집 시디 하나씩 드리고 때운다. 재무님께서 점심을 사신다는데 우리 모두는 배가 부르시단다. 담에요, 담에 하고는 떠나신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배웅하고 돌아들어오니 두령님 일은 해야겠고, 마음은 이곳에 있고. 영 편찮으신지 따르릉이다. 내말. "낼 아침에 일찍 오실래요?" 지난 번에 하신 말씀이 있어서다. 일이 바쁘니까 같이는 못 가고 꽃이 망을 터뜨리면 새벽같이 왔다 가시겠다해서다. "아니요. 이따 저녁때 가지요. 가서 전화할께요." 목소리에 불만이 가득담겨 들려온다.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란 말이냐는 말씀이신가 보다. 어제 밤에는 한 시에 광주에 사는 사촌이 생선회 안주를 한 접시 싸들고는 이야기 좀 하자면 들이 닥쳐서 모정에 둘이 앉아 밤새 마셨으니 졸릴 수밖에. 잠 콕을 하고는 아까 찰칵해온 사진을 정리하는데 또 따르릉이다. 함담이 듀리언님 댁에 와 있단다. 어 하고 일어서는데 벌써 두 분이 쪽문을 밀고 들어서신다. 물매화한테 가보자니까 약속이 있으시단다. 두령님 오신댔으니 같이 갈까 해서다. 이약이약 하고 있는데 두령님 따르릉이다. 보해소주 앞에 와 계시단다. 함담님을 재촉해서 차를 얻어타고 가니 두령님 안 보이신다. 따르릉하니 후문쪽 광산김씨세장산 입구라신다. 보해를 돌아드니 그곳에 두령님 하얀 짐차가 기다린다. 함담님은 나를 버리고 가시고. 우리는 물매화 만나러 가고. 아 저 발그레한 꽃술에 나란히 춤추는 요정들의 몸놀림 이 망울 터지면 한 우주 열리것다 반쯤 열린 망울은 또 뭘 담아 내올까? 벌이란 이 녀석은 하마면 날아갈까 조심조심 또 조심 찰칵. 그런데 한 바퀴를 돌아와서 봐도 그대로였다. 혹시나 죽었나 하고 두령님 손가락으로 건드리니 움직인다. 그런데 죽자하고 붙어서는 떨어지지 않는 양이 어미 젖을 문 배고픈 아기라고나 할까? 꿀 맛에 그냥 늘어붙어 있다. 우리는 왈. "저 놈 웃기는 놈이네." 우리는 웃는데 지는 웃지도 않은다. 썰렁한가? 아쉬움을 뒤로 한 주일 후에는 지천으로 망울을 터뜨릴 거니까 하는 기대를 두고 하산하는 길에 구절초가 그냥 가지 말란다. 그래서 찰칵. 두령님 영 신기하신 모양이다. 습지도 아닌데 이렇게 서식하다니 말이다. 내려오는 길에 결국은 풀이하신다. 벌안이어서 벌초를 한 다음에 대궁이 나와 꽃을 피우니 그대로 씨가 여물어 떨어지니 지천으로 필 거라신다. 옳은 말씀. 쑥부쟁이 저도 가져가란다 두령님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내가 무슨 복이 이렇게 많은가 곰곰 생각해 보니, 조상님 잘 모신 보답인가 싶다. 올해도 꼭 시사에 참석해야겠다. 더 좋은 걸 보여주실지 모르니............... 이렇게 나는 오늘 두 번이나 행복했다. 감사 감사 또 감사. 번개여 영원하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