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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아침에 일어나 뜰을 서성이다가 울밖에 화사하게 웃고 있는 모과꽃에 정신을 팔고 있는데 종제가 들이닥친다. 앙징스런 모과꽃을 뒤로 종재의 재촉을 받으며 부리나케 찰칵을 들고는 한 컷을 하는 둥 마는 둥 따라나섰다.

모과꽃

담넘어 보얗게도 보시시 내민 홍조
천상의 서린 기운 가지가지 담아다가
가실엔 노란 향기를 살레살레 코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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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랑에는 벌써 또 다른 종제가 기다리고 있다.
개울가에는 산괴불이 노랗게 물들어 있고, 한 쪽에는 산냉이가 듬성듬성 고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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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온 생선회 몇 점에 매실주를 죽 들이키고는 그곳에서 만난 보해소주 노조위원장과 같이 이약이약하며 산길을 더듬는다.
산성길에 널려 있다는 산두룹을 따잔다. 내말이,

"아니 그 길에 아직도 남아 있을 리가 없을 터인데..........."

그런데도 종제는 숨어 있는 곳을 자신이 잘 안단다.
아무말 없이 나는 등산로를 더듬다가는 따라나선다. 산성까지는 2.3키로미터. 꽤 가파른 길이라 숨이 가쁘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길 곁에 있는 두룹나무에는 싹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의 손을 탄 거다. 묵묵히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벌써 비지땀이 이마를 구른다.
길가에는 옥녀꽃대가 삐죽이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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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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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으로 더듬어 들어가도 두룹은 아직 이르고, 곳곳에 고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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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이 하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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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같은 계곡을 더듬어 내려오니 올라오던 산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길가에 내려서니 그곳에는 산꽃들이 흐드러진다.
자주괴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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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뜨기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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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사초?, 그늘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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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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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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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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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저수지에는 가물어 수면이 한참이나 내려가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온 가뭄이 봄까지 이어지니 여기저기 저수지들이 다 그렇다. 밭작물들이 말이 아니다. 어서어서 한줄기 비님이 내리셔야지. 우리집 뒷뜰에서 더덕순을 한 웅큼 뜯어 쥔 종제는 가고, 또다른 종제도 가고, 나도 가고. 오전은 그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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