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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장마라서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그 산엘 오르기로 했다. 아침에 사군자를 다녀오는데 황고 군이 떼르릉을 걸어왔다. 오후에 온단다. 200미리 아빠백통을 어제 구했다면서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오늘 세기의 일식이 있다는 날이다. 사군자에 빠져서 신경도 못쓰고 있다가 시간은 다 지나 버렸다. 그냥 티브이 화면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
정오가 지나 있는 시간이어서 부추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내 딴에는 색다르게 한다고 새우젖을 좀 넣었더니 짜다. 그것도 많이 짜다. 아버지께서 짜다고 하실 정도면 정말 짠 거다. 막걸리 한 통을 들고 들어서는 황고. 짜다 부추전을 자기가 먹겠단다. 새 전을 드시랜다. 막걸리가 싱거워서 안주삼아 먹으면 된단다. 참 어른을 위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그거 일부러는 못하는 거다. 몸에 배어 있어야지. 나는 부랴부랴 부추를 더 썰어넣고, 밀가루도 더 넣고 물도 더 붓고 다시 굽는다. 조금 낫다.

황고와 둘이서 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근데 뱀이 걱정이다. 황고 복장이, 신발이 그게 아닌 거다. 내 걸 하나 입고 신으래도 막무가내다. 괜찮단다. 조심조심 내 뒤만 따르겠단다. 나는 긴 바지로 갈아입고, 장화도 신었다. 황고가 힘겨운가 보다. 아마 사양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거다.

산입구에 다다르자 곱다란 이질풀이 반긴다. 색감도 좋다. 황고는 찍어대느라고 여념이 없다. 나는 딱 한 컷. 금년에 처음 보는 이질풀이라 참 반갑다. 이 장마철에 꽃이 귀하니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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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곁에는 이 녀석이 또 버티고 있다. 이름하여 도둑놈갈쿠리다. 지난해에 남창계곡 탐사 중 길가에 피어 있는 것을 뭐냐고 물으니 하늘나리님이 가르쳐준 도둑놈갈쿠리. 그런데 그때 곁에 같이 걷던 우리 두목께서 내게 가만히 한 마디 한신 게 떠오른다.
"도둑년갈쿠리'인지 어떻게 알라?"
나도 덩달아 맞장구치며,
"그러게요."
그 도둑놈갈쿠리가 저렇게 예쁘게도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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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문학바탕'  문인들이 우리집에서 그 무더운 팔월에 모임을 가진 적이있었다. 그때 그들은 밤을 새워가며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런데 우리 반달 화단에 이 꽃이 피어 있었다. 그런데 퀴주로 홈피에 사진을 올려 이름을 공모했는데 그 시절에는 아무도 그것이 무슨 꽃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 꽃이 이제는 그 산에 여기저기 보인다. 예쁘게도 피었다. 맥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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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우연히도 벌안에서 찾았던 타레난초가 이제 끝에만 꽃을 달고 있다. 다 지고 없는데 이 녀석만 겨우 남아 날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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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흔하디흔하게 널려 있는 개망초. 근데 이녀석은 노랗다. 아주 드문 희귀종이다. 반가와 황고와 다투어 찰칵.

노란개망초
파릇한 띠밭 구석 저만치 숨어서는
흰둥이 그리운 양 멀쭘히 서 있다가
내 형제 젖혀 두고서 황금알을 낳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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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봉분 앞에 무성히도 자라 꽃피운 이녀석은 불행히도 그 이름을 모른다. 아는 대로 올리겠다.(고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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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어머니 유택 봉분가에 피어난 애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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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기도 한 이녀석의 이름도 모른다.(여우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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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하얗게 웃어주는 으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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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망울진 것을 보고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이제 꽃이 저렇게 탐스럽게 피었다. 그런데 이름을 모른다. 그야말로 야생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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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지도 않다. 아니 언뜻 보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하두 잘잘해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아마 황고는 보지도 못했을 거다. 내가 일러주지를 않았으니 말이다. 이름을 모르니 알려줄 수가 없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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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 내려와 돌아서는데 돌담 곁에 이렇게 청조한 벌개미취가 웃고 있다. 고결한 꽃잎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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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마당으로 돌아드니 확독에 피었던 수련이란 녀석이 아직도 다물지 않고 인사를 한다. 아마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보다. 황토를 퍼다가는 확독 밑에 넣고 그 위에 수련을 얹은 것이 오월인데 금년에 설마 피랴 하고는 생각지도 않던 것인데, 뜻밖에도 벌서 두 송이째 웃고 있다. 먼저 녀석을 벌써 할 일을 다하고는 잠수중이다. 수련은 아침에 피고 오후에는 입을 다문다. 이를 수정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족히 2-2일은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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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 하고는 황고는 지난 초복에 우릴 먹이겠다고 삼계탕을 담아왔던 남비를 들고 집을 나선다. 그 안에 오이 2개, 가지 두 개, 고추 한 움큼, 야콘 야리야리한 순을 따서 담아줬더니 그거 쌈싸 먹겠단다. 쌉쏘롬한 것이 먹을 만할 거다. 집에서 나가는 남의 그릇은 빈 채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시던 어머님은 산에 누워 계시고, 아들의 마음에 그리움만 남았다.

오늘의 값진 수확은 단연 노란개망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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