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기적을 봤다. 내가 소정 선생을 만나러 출발하려는 바로 그 시점에 뜰앞 반달 화단에 지지난해에 옮겨 심었던 맥문동이 기적을 드러낸 것이다. 대공을 올려 피어나던 맥문동이 큰 대공은 굽히고 작은 대공은 뻗어서 찰싹 드러붙은 것이다. 나와 소정이 서로를 찾아가는 형국을 드러낸 것이다. 아! 이게 바로 기적이고 암시 아닌가!
찰칵을 꺼내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나니 돌아서는 순간 그들은 서로를 놓는다. 그리고 몇 분 전으로 아무 일 없었던 듯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두 맥문동의 도킹. 이것이 바로 소정과 나다. 집안의 식물도 동물도 모두 주인을 닮아 그 마음을 읽나 보다. 서로서로 보고잪아 그리워하는 정을! 그들은 다섯시간을 앞서간 것이다.
맥문동아 내 맥문동아
두 대공 창공으로 너부죽 솟아올라
알알이 보랏빛 주절주절 맺혔더니
나들이 내딛는 발길 두 몸들이 하나네
저들은 무엇인가 마음 속 저린 사연
하나 둘 모아모아 저리로 담았다가
그 임의 따스한 손길 서로 두고 잡았네
그 맥문동이 이제는 멀쩡하게 따로 저렇게 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