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에 참 무료하던 차 이호균 선생과 통화가 되었다. 그래서 반가운 산행을 뜻밖에 하게 되었다. 17일 밤을 설레는 마음으로 새우고는 아침에 일찍 출발. 그런데 버스를 타고 종합운동장 앞엘 가려면 나는 145번을 타고 한강을 건넌 다음 다시 362번이나 301번으로 갈아타야 한다. 빨리 오는 차를 타면 그만이다. 그런데 평소에도 301번 길이 복잡해서 웬만하면 301번을 꺼린다. 그런데 바쁜 마음에 오늘 아침에는 301번이 먼저 와서 그냥 올라타고 말았다. 그런데 이 차가 굼벵이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너무 느리니까 뒤에서 어떤 분이 소리를 지르신다.
"이 차 고장이오? 왜 이렇게 느려요?"
그래도 젊은 기사는 대답도 없고 그저 느릿느릿 세월아 내월아야다. 그만 그 아저씨는 화가 나서,
"무슨 놈의 운전을 이렇게 하느냐?"며 내리고 만다.
나는 그래도 할 수 없이 앉아 있을 수밖에. 마음은 한없이 바쁜데 차는 굼벵이. 갤러리아에서 종합운동장까지 무려 30분이 걸린다. 겨우 시간에 대서 도착. 그래도 대절 버스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수리산행 시외버스를 우리 일행 넷은 올라탔다. 이호균 선생이 안내자다. 매년 다니는 곳이란다. 돌고돌아서 인덕원도 지나고 안양 한 복판도 지나고 그래서 한 시간 하고도 10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우리는 사람이 드문 산길을 더듬어 올라간다. 修理山이란다. 일산형 말씀으로 수리는 순 우리말이란다. 그걸 한자로 못 써서 안달이란 투로 말씀하신다. 그곳에 수리봉도 있고, 수리천도 있었다. 가는 길에 천주교 성지가 있었다. 최양업 신부의 부친이 순교하신 곳이란다. 성지를 조성해 놓았는데 '고택'이라고 해 놓고서는 마음대로 현대식으로 얽어놓아서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사진에서처럼 초가가 있는 게 바로 고택이 아닐까 싶다. 고증을 하는 성의라도 보였으면 좋으련만.
수리천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그곳에 유원지가 있고 산길이 보인다. 너덜강. 바위가 있고 군데군데 흙이 섞여 있는 잡목사이로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곳 그곳이 바로 야생화 그것도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것들이 깃들이는 곳이다. 양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음지고 북향에 가깝고 습기가 많고 그런 곳이다.
우리 일행은 두리번 거리며 산길을 오르다 꽤 걸은 다음에야 겨우 변산바람꽃 한 송이, 홍노루귀 한 개체를 만난다. 더 오르니 흰노루귀도 두 개체 보인다.
산길을 따라 더 오르니 그곳에는 그래도 몇 개체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는 감지덕지 주저앉아 찰칵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개체, 저 개체를 들여다보다가 점심이 늦는다며 하산을 하는데 중간에 노루귀를 보고서 많은 이들이 그곳에 매달려 있다. 찾고 기다리고 그렇게 노루귀를 찰칵하고 우리 일행은 그만 하산.
배낭을 짊어진 우리 일행은 이약이약하면서 하산. 모두가 기대했던 개체들을 만나서 흐뭇하다. 이제는 배가 고프니 먹을 곳을 찾아 내려갈 따름이다. 순수부집. 누룽지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 서울막걸리를 각 일병씩 들이키고 그리고는 이 맛난 두부해물찌게로 밥을 먹고 그리고는 하산.
다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인덕원에서 한 분이 내리고, 셋은 야구장 앞에서 헤어진다. 즐거운 하루다. 적당하게 피곤한 몸, 오늘은 잠도 잘오겠다. 호균 선생께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