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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지공파

                              수필/김경내

 

얼음 알 같은 해가 심심한지 구름사이를 들락날락하고 있다. 가끔은 눈발을 불며 놀던 바람이 겨울나무 사이에서 서성이기도 하는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이다.

책을 읽던 남편이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뒷모습이 참 쓸쓸해 보인다.

요즘 들어 부쩍 말 수가 줄어들고 책 읽기에 열중이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아이들처럼 큰 소리로 음률에 맞추어 책을 읽었다. 주로 읽는 책은 주역이나 논어, 맹자 같은 것들이다. 보통은 듣기 좋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청승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는 나도 몰래 음악을 크게 틀거나 말을 시킨다. 싫은 내색을 하거나 짜증이라도 낼 텐데, 빙긋이 웃으며, “심심해?”라며 슬그머니 책을 덮는다. 오늘은 방해도 안했는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더니,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어디 가시게요?”

잠시 망설이다가

지공파 신청하러.”

지공파? 그 게 뭐예요?”

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

“?”

~~ 나 이제 노인 됐어!”

그랬구나, 그랬구나, 그래서 뒷모습이 그렇게 쓸쓸해 보였구나!

나는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나가려는 그를 불러 들였다. 옷을 다시 갈아 입혔. 깔끔하고 근사한 옷으로.

아니, 요 앞에 동사무소에 가는데....?”

지공파 신청하러 간다면서요, 그럴수록 깨끗하고 멋있게 하고 가야해요. 가 옷 사러 갈 때 좋은 옷 입고 가는 것처럼!”

내가 쇼핑 가?”

그럼요 쇼핑이지요, 앞으로 남은 인생 타고 다닐 자가용 표 받으러 가는데 이보다 더 큰 쇼핑이 어딨어요.”

내가 당신 덕분에 웃는다.”

나는 뒤로 허리를 꺾어 잘 다녀오시라 인사를 했다. 그는 한 번 더 웃었다.

아파트 단지 밖으로 사라지는 그의 희끗한 머리가 잔설이 앉은 여린 나뭇가지처럼 안쓰럽고 추워 보인다.

당분간 아마도 내가 알랑방귀를 자주 뀌어야할 것 같다.

그의 외롭고 허전한 마음 속 자리에 따뜻한 온돌방 하나 놓아 주려면!

조회 수 :
354
등록일 :
2011.12.28
21:14:11 (*.152.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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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2011.12.28
22:58:06
(*.178.126.208)

따뜻한 온돌방이라.......... 감사. 나보다 더더더 행복한 사람있을까? 몇 번을 읽어도 뭉클하다.

소정

2011.12.29
12:59:31
(*.152.162.200)

말 뿐인 걸, 미안하게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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