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의문 제기한 이승헌 교수·노종면 위원장 연쇄 인터뷰
(주간경향 / 정원식 / 2011-03-29)
천안함은 침몰했다. 사실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해군 제2함대 소속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국방부 최종발표 기준)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 58명은 구조됐고 46명은 사망했다. 이 또한 미동의 여지 없이 굳건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침몰한 것인가?
“이러한 모든 관련 사실과 비밀자료 분석에 근거하여,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 사용 중인 CHT-02D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또한 이상의 증거들을 종합한 결과 이 어뢰는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으로부터 발사되었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었다.” (2010년 9월,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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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24일 오후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천안함의 함수가 인양돼 바지선에 올려지고 있다. ⓒ김기남 기자 |
요컨대 천안함은 ‘북한 소형 잠수함정이 발사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 결과로 침몰했다’는 것이다. 이 논리의 핵심 기둥은 ‘침몰’, ‘어뢰’, ‘북한’이다. 합조단은 ‘침몰-어뢰-북한’ 사이에 직접적이고 연쇄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승헌(버지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 서재정(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교수), 양판석(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학 박사) 등 재외 학자들은 ‘침몰-어뢰-북한’ 사이의 인과관계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 중심으로 결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이하 검증위)도 재외 학자들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천안함 침몰 1년이 지났다. 이승헌 교수와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검증위 검증위원)에게 다시 물었다. 왜 합조단의 발표를 믿지 않는가? 이승헌 교수는 3월 18일 이메일을 통해 답했다. 노종면 위원장은 3월 17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답했다. 두 사람은 ‘친북/반북 프레임을 걷어내고 천안함의 진실을 다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합조단 주장 틀렸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 이승헌 버지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
-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부의 최종적인 입장은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집약돼 있다. 발표 직후 한겨레 인터뷰에서 ‘보고서가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보는 근거는?
“보고서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데이터, 데이터에 대한 해석, 그리고 최종 결론이다.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일부 데이터가 조작되었고, 일부 해석도 틀렸고, 유추된 결론도 틀렸음이 밝혀졌다. 데이터 조작과 왜곡된 해석은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미리 정해진 결론에 끼워 맞추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본다. 이것은 기본적인 학문의 정직성을 깨는 것이니 당연히 F학점이다.”
-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의 설명과 이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의 설명이 크게 다르다. 자연과학적 사실 규명은 실험을 통해 검증 가능한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합조단의 주장과 학자들의 설명이 크게 달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한쪽은 과학적 진실을 말했으나, 다른 한쪽은 비과학적이었거나 과학적 진실을 조작했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 상반된 두 주장 중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린 것이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다. 독립적인 두 지질학자들(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 정기영 교수)이 합조단의 주장이 틀렸음을 과학적으로 밝히지 않았나? 소위 ‘흡착물질’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합조단의 주장은 천안함과 어뢰 파편에서 추출된 소위 ‘흡착물질’이 폭발에 의해 형성된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주장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양 박사와 정 교수는 각각 독립적인 실험을 통해 그 흡착물질이 폭발 직후 형성되어 한꺼번에 흡착된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화학적 변화 후 ‘침전’되어 순차적으로 층상구조를 이루며 성장한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인 알루미늄 황산염수화물(AASH·흔히 ‘아시’라고 부름)이라는 것을 밝혔다. 폭발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1번’ 어뢰와 천안함의 침몰을 인과적으로 연결시킬 물증 자체가 부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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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교수 ⓒ창비 제공 |
내가 합조단이 조작했다고 보는 것은 합조단이 모의 폭발실험에서 추출했다는 흡착물질의 에너지분광(EDS) 데이터다. 합조단의 모의 폭발실험에서는 실제로 폭약이 폭발을 했으니, 흡착된 물질에는 산화알루미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합조단이 제시한 그 물질의 EDS 데이터는 천안함 선체 및 어뢰 잔해에서 나온 ‘침전물질’ 성분인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아시)의 EDS 데이터와 똑같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유일하게 가능한 설명은 선체 및 어뢰 잔해의 ‘침전’물질이 폭발에서 나온 물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모의 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의 EDS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다. 이 점을 지적한 뒤 나는 모의 폭발실험 흡착물질을 공개하든지, 모의 폭발실험을 다시 하라고 공개적으로 여러 번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합조단은 합리적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 주장이 맞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나.”
-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실명을 걸고 의문을 제기한 국내 학자들이 거의 안 보인다. 학계의 침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국 과학계가 작다. 한 사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인정주의가 만연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실명을 걸고 남을 비판하면 학계에서 소외되는 분위기인 듯하다. 특히 천안함 사고와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 주장과 상반된 주장을 하게 되면 자신의 연구비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연구비를 따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학문의 자유와 독립성에 심각한 제약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 있는 정기영 교수의 학자적 양심에 입각한 연구와 발언은 매우 소중하고, 한국 과학계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 천안함 사고와 관련, 일본, 독일, 미국 등 외국 학계 연구자들 중 이 교수의 견해에 이견을 제시한 학자는 없었나.
“없다. 이 문제는 과학적으로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어서, 조금만 생각하면 합조단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 천안함 최종보고서에서 드러나듯, 정부는 이미 이 사건을 ‘끝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의혹들이 ‘과학적’으로 해명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 진실 규명을 위해 시민들이나 학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명된 게 하나도 없다. 반대로 정부 주장이 틀렸음이 드러나지 않았나. 한국 정부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하여 말을 바꾼 적이 하도 많아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이제는 비판적 견해들에 대해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합조단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진상 규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엔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이것을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특히 관련 분야 학계는 전문지식에 입각해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것이 사회가 요구하는 학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에서 데이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이것은 이명박 정권이 준 과학적 선물”이란 표현을 썼다. 어떤 의미인가.
“과학은 재현성이 있다. 합조단이 ‘과학적 증거’를 내세우며 ‘북한 어뢰설’을 주장하였는데, 그 증거 중 일부가 조작되었음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밝힐 수 있다. 이 문제는 진보/보수, 친북/반북이라는 이념적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 과학적 검증 가능성이 이명박 정권이 한국 사회에 준 과학적 선물이다. 진실이 밝혀지면 파장이 클 것이다.”
- 천안함 진실 규명과 관련해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
“내 지식이 필요하면 어느 곳에서든 힘을 보태겠다. 조만간 심포지엄과 학회에서 과학적 소견을 정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주장 근거들, 근거로서 가치 상실” - 노종면 천안함 언론보도 검증위 검증위원
- 검증위 구성은?
“언론노조 내 민주언론실천위가 주축이 돼 현업 PD와 기자들이 사안별로 결합했다. 연인원으로는 20~30명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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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검증위원 ⓒ정원식 기자 |
- 검증위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누구인가.
“상당수는 이름을 드러내는 걸 꺼렸다. 실체 규명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익명 요구를 수용했다. 과학적 사실에 대한 자문을 구한 이들 중에는 특정 대학교수 직함이 없는 이들도 있었다. 학자들의 절대수가 부족했다.”
- 절대수가 부족했던 이유는.
“학계에서 고립되는 것과 이념적·정치적으로 규정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자문을 구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자들을 수소문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트위터로 수소문하는 일도 있었다. 자문해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특정분야는 접근조차 못 했다.”
- 어떤 분야인가.
“선체 변형 손상 지표다. 합조단에서 큰 비중으로 다뤘는데, 이 손상 지표를 해석할 만한 학자와 접촉하지 못했다.”
- 그렇다면 종합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손상 지표는 ‘어뢰’ 비접촉 폭발의 근거다. 그러나 합조단 최종보고서를 보면 ‘기뢰’ 손상과 ‘어뢰’ 손상 지표는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합조단 스스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폭발은 없었다’고 본 종합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 검증위 종합보고서의 결론은 “최소한 버블제트는 없었으며, 천안함은 모종의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일정 시간 기동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밝힌 그대로 ‘제한적인’ 결론이다. 버블제트가 없었다는 건 ‘북한 어뢰에 의한 비접촉 수중폭발에 의한 침몰’이라는 합조단 결론의 핵심 근거를 반박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 않았나.
“그건 비약이다. 우린 정부의 결론이 아니라 그 결론에 도달한 근거가 타당한지를 검증한 것이다. 그 결과 합조단이 주장한 근거들이 근거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정부의 결론은 북한 소형 잠수정이 침투, 버블제트 어뢰를 발사하여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근거들을 하나하나 짚었을 때 확정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그렇다면 북한이 하지 않았다는 거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우리 주장은 북한이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근거로는 ‘천안함 침몰=북한 소행’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합조단 민간위원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나.
“합조단 민간위원들 명단을 봤나? 합조단에 참여한 민간학자들은 거의 없다. 민간학자들은 합조단 내에서 굉장히 제한적인 역할만 했던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합조단의 결론 도출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정보분석 태스크포스다. 태스크포스에서 한 일은 정보공개가 되지 않아 우리도 검증하지 못했다. 어뢰를 발사한 것이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라거나 침투 경로에 대한 결론도 다 거기서 나왔다. 그 정보는 합조단에 참여한 민간학자들도 못 봤다. 합조단에 민간인이 참여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보분석 태스크포스 이외에 합조단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국방과학연구소 소속이었다.”
- 합조단 보고서에 대한 검증위 종합보고서의 핵심적인 반론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 결론에 따르면 천안함은 무언가에 맞는 순간부터 일관되게 남동 방향으로 내려갔다. 검증위 분석에 따르면, 천안함이 모종의 사건을 겪은 후 북서 방향으로 잠시 움직인 뒤 내려갔다. 정부가 내놓은 천안함의 궤적에 모순이 있다.
둘째, 정부의 결론에 부합하려면 발견된 어뢰 잔해가 북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증거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무기소개 책자의 존재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기밀이라는 이유로 책자를 보여주진 않았다. 국회 특위 위원들에게는 보여줬다. 그러나 그건 책자가 아니라 A4용지 몇 장이었다. 어뢰 설계도도 없었다. 그다음에는 책자가 아니라 CD가 있다고 했다. 그 CD도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사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믿으라는 얘기다.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셋째, 흡착물질이다. 흡착물질은 천안함이 어뢰로 폭발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과학적’ 증거다. 정부는 흡착물질을 분석하니 그것이 폭발 결과 생성된 물질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정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흡착물질에 대한 우리의 분석, 그리고 같은 흡착물질을 언론사에 보내 민간학자가 검증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조단이 재조사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입장을 두루뭉술하게 바꿀 뿐 기존 결론은 고수하고 있다.”
- 천안함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검증위 공식명칭이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다. 각 언론사가 수행해야 할 기능을 검증위가 한시적으로 대신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한 검증은 ‘취재’이고, 우리가 한 기자회견은 ‘보도’였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언론이 정권의 이해와 무관하게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가늠자이자, 언론이 정권의 통제 시도를 돌파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장이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피격 사건이 터졌을 때 다수 언론이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도발’이라는 표현을 썼다. 천안함이 폭침이라는 게 확인됐나? 연평도 피격이 터지니 천안함을 무비판적으로 끼워넣은 것 아닌가.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연평도 도발이 돼버린 형국이다. 최근에는 유명배우(군 복무 중인 배우 이준기 씨)를 동원해서 국민들이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아 연평도 포격이 일어났다고 강변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런데 정말 그런 근거가 있나?”
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103231714071&code=113
천안함, 외국 조사단 역할은 ‘들러리’?
<주간경향> ‘4개국과의 합의각서’ 입수… 기간 연장시한 나라별로 제각각
(주간경향 / 최영진 / 2011-03-29)
오는 3월 26일은 천안함 침몰사건 1주년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20일 천안함이 북한이 발사한 어뢰의 수중폭발로 인한 버블제트 현상으로 절단돼 침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과학자 등이 이에 의구심을 표명했고, 정부가 이를 해소하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거나 미흡해 발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를 맡은 곳은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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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침몰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미국 측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경향신문 |
합조단에는 미국·영국·스웨덴·호주에서 파견된 전문조사 위원 24명이 포함됐다. 정부는 국제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하겠다며 이들 4개국과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최근 <주간경향>은 이 합의각서를 단독 입수, 몇몇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는 흥미롭다. 해외조사단이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첫 번째다.
지난해 5월 15일 어뢰추진체가 인양됐다. 앞서 4월 15일 천안함 함미가 인양됐지만 침몰 원인 규명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해 혼란이 일고 있던 시점이다. 어뢰추진체는 북한제였다. 합조단은 어뢰추진체가 인양된 지 5일 만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덴, 조사단서 가장 먼저 빠져
이 과정에서 해외조사팀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합의각서에 나와 있는 조사 기간이 단서가 된다. 당초 합조단과 미국·호주·스웨덴은 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조사 기간을 5월 15일까지로 결정했다. 미국과의 합의각서는 ‘2010. 5. 15.까지 조사에 참여한다. 다만 2010. 5. 15. 이전에 조사가 끝나는 경우에는 끝나는 날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한다. 2010. 5. 15. 이후에도 합의하여 이 합의각서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어뢰추진체가 발견된 5월 15일 합조단은 미국과 조사 기간을 6월 15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그래 놓고 불과 5일 뒤 합조단은 북한제 어뢰추진체가 버블제트를 일으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뢰추진체가 발견된 지 5일 만에 사고 원인을 발표할 생각이면서 왜 6월 15일까지 조사 기간을 연장했는지 의문이 든다.
스웨덴의 경우에 비춰보면 이 의문이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스웨덴 조사팀은 합조단의 발표 하루 뒤인 5월 21일까지만 조사 기간을 연장한다고 합의했다. 스웨덴 조사단은 합조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조사 연장이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영국 조사단의 조사 기간은 처음부터 6월 15일까지였다. 영국 조사단 2명은 4월 24일 입국했다. 합의각서는 5월 24일 합조단 부단장과 주한 영국대사관 국방무관이 체결했다. 사고 원인 발표 후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하는 일이 상식적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5월 20일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해외조사단의 활동 여부도 불투명하다. 노종면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장은 “영국 조사단 민간인 2명은 4월 24일에 입국했다. 뒤늦게 합의각서를 만들어 근거를 남겼던 것으로 생각한다. 늦게 서류를 만드는 데 (조사 기간을) 미국에 맞춰 6월 15일까지 했던 것일 수 있다”면서 “5월 20일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해외조사단의 활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천안함 침몰 행위자 규명을 위한 ‘다국적 연합정보 티에프’라는 조직은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5월 20일 이후 해외조사단의 활동이 이어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주는 합조단과 조사 기간 연장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하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각국의 조사팀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있었다. 폭발물 전문가, 수거 전문가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었다”면서 “각국 조사팀은 각 나라에서 통제를 하는데, 호주 조사팀의 경우 본국의 상황 때문에 조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호주 조사팀이 없다고 해도 어뢰추진체 조사는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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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과 해외 조사단이 체결한 합의각서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덕우 변호사는 “다른 나라는 조사 기간 연장에 합의를 한 문서가 있는데, 호주만 없다면 호주는 어뢰추진체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면서 “호주가 만일 어뢰추진체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5월 20일 합조단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뢰추진체라는 중요한 증거물이 나왔는데도 왜 호주 조사단이 조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생긴다.
지난해 9월 국방부가 발간한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통해서도 해외조사단과 합조단 사이의 균열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영국·호주 조사팀장은 보고서 머리말에서 “이 보고서의 발견과 결론에 동의한다(I concur with the findings and conclusions of this report)”고 밝혔다. 스웨덴 조사팀장은 “스웨덴이 참여한 부분에 대해서(relevant to the Swedish team‘s participation)”란 단서를 달았다.
호주는 조사기간 연장 체결 안 해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해외조사팀과 합조단은 서로 토의하고 조사를 하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해외조사팀이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조단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해외조사팀에는 천안함 사건 관련 정보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해외조사팀은 들러리였다. 합조단 시나리오에 해외 전문가가 참여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라며 “지난해 4월 말 중간보고가 있었는데, 한국·미국·영국 팀만 발표를 했다. 왜 호주·스웨덴 조사팀은 발표를 안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들이 ‘우리들은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대답하더라. 알고 보니 천안함 항로, 엔진 관련 정보, 천안함 속력 등 기본적인 정보가 전혀 공유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이 최종보고서에 조건을 단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당시 합조단 단장을 맡았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조단에는 북한 잠수함이 공격했다는 것을 분석한 정보분석팀이 있었다”면서 “이 정보분석팀에 스웨덴 팀이 참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103231713591&code=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