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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10시반. 커피를 한 잔 하고 출발. 가는 곳은 가면서 정하기로 하고.

담양으로 갈 것인가, 필암서원으로 갈 것인가?

가는 길에 문암지를 얘기하자 자연스럽게 그 길로 들어섰다. 길은 모두 녹아서 미끄럽지는 않았다.

문암지에 들어서니 아 글쎄 물이 하나도 없다. 웬일일까? 이 겨울에 무슨 일에 물이 필요했을까? 준설을 하려고 물을 뺀 것일까? 그냥 한두 장 찰칵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오............... 돌아서는 우리는 그 길로 모암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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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암지에는 물이 제대로 고여 있다. 도로 위에 차를 세워 놓고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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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컷은 차 안에 앉아서  찰칵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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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감 휴업이다. 내가 왈,

"봉사정신이 없어요. 이런 휴일에는 산에 오는 이들이 많으니 와서 봉사를 해야지요. 남들이 쉰다고 같이 쉬는 꼬락서니라니..........."

산소 축제장으로 가는 길에는 '수일관광' 빨간차가 길 한 켠에 빠져 있다. 경운기가 와서 도와주고 있었다. 내 생각에 저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조금만 힘을 보태면 빠져나올 수도 있단다.

그 넓은 산소축제장 주차장에는 오늘은 차 한 대도 없다. 온통 눈 눈 눈 눈뿐이다. 들어올 때는 남녀 장승으로 보이더니 주차장에서 보니 남근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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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을 지나는 길에는 사람 발자국이 없다. 아무도 아니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임도로 올라서니 다른 길에서 온 이들이 지나간 자국이 보인다. 지난 번에 와서 봤던 맹감을 찾으니 얼른 눈에 안 들어온다. 두리번거리다 겨우 찾으니 반갑다. 혹시 다른 열매가 없을까 싶어 더 멀리 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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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따라오는 황선생 머리가 동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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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곁에는 개울이 있고 그 개울가에는 쌓인 눈들이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을 빚어내고 있다. 돌 사이에 내린 눈이 꼭 밀가루 반죽이 눌려 밀려 나온 모양새다. 자연의 힘이란 이렇다. 인간이 감히 흉내라도 낼 수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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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을 입은 이가 엎드려 있는 형국 아닌가? 허리띠를 두르고 등줄기도 보이고............ 두건을 뒤집어 쓴 머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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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는 바람에 눈보라가 휘날리니 안개처럼 부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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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찾은 또 다른 맹감. 지난 번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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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서 모암지를 찰칵하고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데 영 아이폰5가 말을 아니 듣는다. 프라다폰에게 그만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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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음식점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내가 비난하는 소리를 듣는 천리통이라도 달았는가?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은 없고 텅빈 가게의 난로 속에는 고구마가 익어간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불평을 해대는데 젊은 아가씨가 커피를 파느냔다.  커피를 황선생이 타는 동안 난 물었다.

"혹시 아이폰5 쓰시나요?"

한 수 배울까 해서다. 그런데 아니다. 넓적한 다른 상품을 꺼낸다. 그만 실망. 다시 혼자 주물럭거린다. 웬걸 Lte가 된다. 무지 빠르다. 방법이란 기본적이 수리수칙이다. 재설정이다. 팍팍 뜬다. 감사.

연이어 세 컷을 올리고 만다. 모암지, 내 얼굴, 고구마.

돌아온 주인장이 말아준 국수를 한 그릇 비우고. 뚱뚱한 배를 어루만지면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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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니 까치란 녀석들이 쌍으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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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눈오는 크리스마스! 오늘 하루를 자연 속에서 그냥 넋없이 보내고........... 세월 안에서 모든 게 변하거늘......... 뭐 그리도 아쉽고 억울하고 속이 상할 것인가?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을.............."  一切唯心造라 했다.

진우

2012.12.26
21:44:26
(*.178.126.212)

눈오는날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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