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되어 가고 몸도 나아간다. 뭐 별로 간호랄 것도 없었는데 곁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나보다. 그런데 아픈 걸 보고도 내려가는 날 그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이 간다. 그래도 그날 내게 한 점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내려보내는 것이 안 되어 불러들여서 그 힘든 몸으로 내게 한 끼 밥을 해 먹이고 싶어 했었다.
그 쓰린 마늘도 그냥 마다잖고 두 번씩이나 입안을 씻어냈고, 밥도 애써 많이 먹었다. 그래서 한결 나아졌다. 살 만하니 이번에는 나를 챙긴다. 아들아이에게 막걸리를 사오래서 지난 번에 사다놓은 돼지고기를 삶아서 안주를 만든다. 아내는 맛을 보는 둥 마는 둥, 그리고 아들아이와 내가 다 마셨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하고는 아들에게 부탁한다.
"아들아, 내일 <부러진화살> 좀 예약해 줄래?"
내가 얼마 전에 그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던 걸 잊지 않은 거다.
그런데 내가 좀 웃겼다. 아들에게 막걸리 두 병 값이라고 만 원을 주었더니 아들 왈,
"엄마, 막걸리값 세 배로 불어났어요. ㅎㅎ"
<부러진화살> 매표 만 팔천 원. 내가 오만 원권을 주었더니 왈,
"이것도 세 배네에........... 수지맞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없이 엿사탕을 먹다가 그만 임프란트 이가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하랑선생 진료날에 맞추어 예약을 하고 오늘 11시반에 치과엘 갔다. 그리고 어제 약속을 해 둔 광서와 경찰병원 앞에서 만나 물회를, 소주를 먹으며 마시며 이약이약 두 시간 반.
그리고 집에 와서 한잠을 달게 자고, 시간에 맞추어 나서서 후문 정거장에서 기다리는데, 따르릉
"여보 어디야?"
"아파트 후문 정거장인데............"
"<달속에두꺼비> 앞이니까 거의 같이 도착하겠네. 이따 5층에서 봐요."
그런데 엄청 목소리가 밝다. 그런데 눈치를 못챘다. 그렇게 내가 둔한 거다. 눈치채고 뭐라 물었어야 하는 건데........... 그러니까 사랑을 못받지?
2220번 마을버스를 타고 왕십리역사에 내려서 5층 CGV엘 갔더니 안 보인다. 나보다 먼저 와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따르릉을 했더니,
"골드크래스 xxx에 왔어요."
조금 기다리니 나타나는데 얼굴에 온통 꽃이다. 그때까지도 나는 눈치를 못채는 무신경계 왕자?
"여보, 집에서 못 봤어. 달력에 보라고, 자랑하려고 크게 프린트해서 붙여 놨는데..........."
"아니, 못 봤는데........"
오늘사 말고 피시앞 벽 달력을 안 올려다본 거다.
"뭔데?"
"나 됐다아."
"축하해요. 정말 잘 됐다. 그렇게 애를 쓰더니........... 여보, 정말 잘 됐다. 꼭 가고 싶어하던 곳이잖아."
"고마워요."
"역시 복이 많은 당신이네. 한 번 더 축하해요."
아내가 그 나이에 한양여대 <국제관광과>에 당당히 합격을 한 거다. 애쓰는 양이 참 눈물겨워서 나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못했는데 아내는 그걸 현실로 만든 거다. 오늘이 그 통지를 받는 날이었다.
"팝콘 사야지요?"
"금방 커피고 마시고 밥도 먹고 그래서 배가 불러 아무것도 못 먹어요. 그냥 들어가요."
기분이 좋아 먹고 싶다던 팝콘도 사절이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모양이다. 입장하려고 갔더니 기다리란다.
<부러진화살>을 보며 분개 아니 어이가 없어서 할말을 잊었다. 무전유죄유전무죄를 말로만 듣다가 정말 확인하는 기분이 말이 아니다.
4층에서 나는 <해물철판볶음밥>을, 아내는 <치즈볶음밥>을 시켜서 먹고는,
2220번이 우리를 후문에 내려주고 가고 집에 오니 우리판이다.
나는 내일 일요일 9시차로 하향하는 걸로 하고,
아내 芳뎅이를 두드리며 내가 하는 말,
"내 색시 장하다, 근데 학생!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요. 등록금 내가 보내줄게요."
색시가 하는 말,
"우리 아버지가 해 줄 일을 당신이 해 주네. 당신 쌈짓돈 다 없어지겠네."
내가 속으로 하는 말,
"내가 아버지 하지 뭐!"
아내는 내게 따뜻하게 티샤쓰도 찾아 입히고, 야생화 찰칵하며 입으라고 바지도 챙겨 준다.
집에 와서 내가 보낸 문자,
"지금도착했어요아버지잘계시고설기도잘있고날씨도풀렸고그래요사랑해요학생,밥이"
아내가 답으로 보낸 문자에 왈,
"정성스럽게간호를해줘서고마와요하늘땅만큼사랑해요."

장하다내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