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서진실 / 2012-06-25) -선배. 정말 하루하루 미치겠습니다. 이쯤 되면 관련 학계에서 좀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폭발이 없었다는 것, 그거 누가 봐도 뻔한 것 아닙니까? 제가 볼 때 천안함 이대로 넘기면, 우리나라 갈수록 더 망가집니다. -4월에 학회가 있네. 그때 미국 계시는 원로교수의 천안함 관련 강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걸 기점으로 분위기가 좀 달라질 걸세. 문제는 그 강연이 성사될 수 있느냐지. -선배.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원로교수 강연이고 의미가 있다면… -학자나 학회나 다들 몸을 사릴 수밖에 없어. 프로젝트 선정, 연구비 책정, 몇 차례 중간평가, 계속지원여부 결정 등… 거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거든. 60-70년대에는 총칼이 무서웠다면 지금은 다들 돈에 휘둘리고 있는 거야. -선배.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요, 그래도 뜻있는 분들을 좀 규합해 보십시오. 그 강연이 꼭 성사되도록 힘을 좀 쓰십시오. 제가 볼 땐 말입니다. 안 그러시면 나중에 학생들, 자식들한테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게 될 겁니다. -알겠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 말게.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험해. 아주 지독해. 그러니 자네도 거기 너무 집착하지 말게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였나 봅니다. 정말 세상이 험하긴 험하고, 지독하긴 지독한가 봅니다. 그래서 아주 참담한 심정으로, 한겨레 최근 기사(2012.6.22일)에 대하여 제 나름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 볼까 합니다. 1. 저는 김광섭 박사의 강연을 무산시킨 화공학회의 결정이 우선 '인륜'과 '천륜'을 저버린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72세의 노교수(겸 학회의 대선배)가 자청한 귀국강연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국가와 민족의 명운이 달린 의미있는 강연내용의 국민적 확산을 학회 스스로 저지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광섭 박사가 "국방부에도 미리 논문을 보내 증명이 안 된 1번어뢰설을 수정하라고 제안하고, 화공학회 강연예정 사실도 (미리) 통보하는" 등,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2. 저는 김광섭 박사의 강연을 무산시킨 화공학회의 결정이 공학의 이름으로 공학을 짓밟고 더럽힌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의심, 부단한 문제제기, 상호존중의 토론, 유형무형의 외부압력 극복 등이 공학의 기본일진대 그 같은 기본자세로부터 일탈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1962년 창립되어 회원 5,700명이 활동하는, 국내 공학분야 최대의 학회로 꼽힌다는 화공학회 운영진과 회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학회 역사상 위와 같이 신중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친, 그리고 내용상으로 유의미한 강연이나 발표가 얼마나 있었습니까? 3. 역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학회강연 취소와 관련하여 화공학회에서 김광섭 박사에게 보낸 메시지에 “화공학회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김 박사의) 논문은 금년에 두번 있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고 합니다. 예상되는 온갖 비난, 오해, 법적 불이익을 무릅쓰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만약 화공학회가 정말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그것은 한 마디로 '미친 개소리', 온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미친 개소리'입니다. 그것도 정치적 영향을 빙자한, '정치적으로 미친 개소리'입니다. 왜냐하면, 공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에 있어 정치적 중립이란 유형무형의 외압을 극복하는 것이지 선거나 선거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합당한 절차를 거친, 당시대에 유의미한, 나아가서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가를 만큼 중차대한 논문의 발표를 무산시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이 아닙니다. 김광섭 박사에게 전달했다는 화공학회의 메시지는-선거철 몇 개월 동안은 국내의 모든 학회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삼척동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미친 개소리', 그것도 '정치적으로 미친 개소리'에 불과합니다.
저는 천안함에 '폭발은 없었다'는 경험칙상의 믿음 이외에 공학적으로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 제가 지난 2월말, 어느 상가(喪家)에서 화공학계 준-원로교수와 장시간에 걸쳐 천안함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은 일이 있습니다. 요지만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서진실
참고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39133.html
참고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3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