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우리 여섯은 잠실 지하광장에 모였다. 한 15분 먼저 도착해 두리번거리니 김종진 선생이 배낭을 크게 매고 반가와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말,
"먼 데 사는 놈이 항상 먼저 온다."
지난 시간 동안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했던 글을 건네니 보지도 않고 마음에 쏙 든단다.
無量淸靜正方心
이어서 성광이 형이 오시고, 호균 후배가 오고, 녹원 군이 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태규 군이 도착하자 우리는 주저함도 없이 석촌호수가의 그 흑두부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는 길에 삼전도비를 보고,
통한의 삼전도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처럼 닮았을까
제 쓸개 내주고도 태평한 꼴이라니
그때도 살아남으려 구차하게 살려고
소국이 대국을 치면은 안 된다니
설움속 죽어나는 백성은 어쩌라고
지들만 호의호식코 맘 편히도 했것다
손으로 간 녀석이 운전대나 부여잡고
무어가 그리 좋아 희희낙낙 했던가
꼬랑지 매달린 꼴이 가소롭지 않은가
세월이 흘러흘러 코쟁이 모인 곳에
헛소리 하는 품이 세상을 다 얻은 듯
지 잘나 그러는 줄로 착각하는 바보야
삼전도 치욕에서 무엇을 배웠던가
백년이 네 번이나 그 동안 지났어도
비루한 그 심성을랑 버리지를 못했네
구차한 자손들은 정신마저 다 빼주고
잘났다 큰소리만 자꾸자꾸 해대니
막걸리 취생몽사나 아니하고 어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