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왕십리 회집에서 르망팀과 점심을 하고 3시에 루치아와 캠핑카로 출발. 목적지가 묵호항이어서 해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서 노심초사. 중간에 휴게실에서 겨우 20분 쉬며 저녁을 떼우고 또 출발. 아마도 그곳이 대관령 휴게소였을 거다.
묵호항에 도착하니 어둠이 벌써 앞을 가리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묵호항의 주차장이 널찍하고 항구의 비릿한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는 거다.
깨끗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화장실도 만점.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한 바퀴로 돌며 연신 감탄 감탄.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달라져 있다니. 참 대단한 나라고 민족이다.
발만 겨우 씻고 캠핑카에서 자려니 새로운 느낌. 12시가 넘도록 밖에서 왁짜지껄 떠들어대는 이들이 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조용.
새벽같이 일어나 이를 닦고 근처 음식점에서 황태국과 곰치탕으로 아침을 푸짐하게 먹고 7시 20분에 묵호항을 출발.
바다는 잔잔하다. 그것도 우리의 복이다. 가도가도 망망대해다. 두어 시간을 달리니 우리 배 왼쪽에 산이 보여서 내가 하는 말,
"여보, 울릉도 다 왔나 봐요. 저기 저 산!"
아내는 아니란다. 다른 무슨 섬일 거란다. 내가 동해에는 울들도와 독도밖에 섬이 없대니, 그래도 아닐 거란다. 내가 두 섬 외에 또 다른 섬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대도 수긍을 아니한다.
조금 지나니 울릉도 윤곽이 드러난다. 다른 배가 접안 중이라 그 배가 출항을 해야 접안할 수 있다고 대기 중이란다. 10여 분 대기하다 접안. 드디어 울릉도에 상륙. 첫 느낌이 그냥 바위산. 옹색하기 그지없는 바위섬 바로 그거다. 나중에 보니 제주도의 1/25 크기.
선창 주차장에서 렌트카를 수령하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에 그대로 차를 일단 그곳에 두고 우리가 묵을 호텔을 찾는데 우리 상식으로는 호텔이라면, 물으면 금방들 알고 알려 주는 건데, 그들은 전혀 모른단다. 알고 봤더니 호텔이라는 게 규모가 모텔 수준이어서 그럴 만도 했다. 겨우겨우 물어물어 찾아가 소재를 확인하고 다시 선창 주차장으로 와서 렌트한 차를 타고 출발. 섬을 일주해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단다.
길이란 게 왕복 2차선이 번화가 넓은 길이다. 그것도 깔끄막길. 점심을 오징어회로 주문을 하니 2마리에 50,000원이랜다. 그런데 싱싱해서 맛은 참 칭찬할 만했다. 그래서 만족. 허겁지겁 먹느라 인증샷도 까맣게 잊고.
어쨌든 출발해서 가는 길이 고바위길이니 조심조심. 아내가 운전.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중간중간에 외길이 있어 신호등들이 일방통행 안내를 한다. 중간에 쉬어서 호박쑥빵을 한 상자 사고 금 15,000원.
한 바퀴 돌아오니 정말 90분 걸린다. 대박은 호텔 주차장이 딱 2대 댈 수 있는데 마침 하나가 비어 있어서 주차를 하고는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저녁은 호텔 바로 옆에서 호따비빔밥을 시켰는데 호따는 있는 둥 마는 둥 밥만 좋다. 그래도 그런대로 저녁도 만족.
저녁을 먹고는 번화가(?)를 좀 걷고 쇼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30분이다. 커피도 한 잔 하고. 호텔에 오니 사람은 없다. 모두가 기계가 대신한다.
씻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꿈나라로.
둘쨋날. 7시 반. 독도행. 출발하니 비가 내린다. 2시간을 항해하는데 파도는 잔잔. 그런데 비는 계속 내린다. 독도 접안이 안 되면 그냥 일주하는 걸로 대신한다고 반복해서 안내를 한다. 독도에 가까워지니 날씨가 갠다. 접안 30분 전 선장의 안내.
"독도 접안이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와아!' 손뼉을 치고 난리가 났다. 행운이다.
접안을 하는데 날씨도 쾌청. 바람도 살랑살랑. 20분의 시간을 머물며 인중샷을 하며 행복하다. 그 많다던 갈매기, 새들의 고향이라던 곳에 단 한 마리도 없다. 왤까? 모른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오매불망 그리던 외로운 섬 홀로 바위
풍랑을 헤치고는 여기사 와서 보니
새들은 어디가고서 물결만이 추울렁
오다가 뇌리 깊이 새겨진 옛 역사
조선시대 돛단배로 이 풍랑길 흔들려
안용복 만용이랄까 천신만고 감탄만
그 시절에 바다 속 바위덩이 두어 개
그게 뭔 보물이라 왜나라에 가서는
세상에 내 땅이라고 증명일랑 했을까
돌아오는 뱃길 2시간. 풍랑풍랑. 배멀리 하는 이들이 여기저기 속출. 종업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다. 배가 로링만 하는 게 아니고 피칭까지 하니 못 견디는 거다. 내 아내도 장담하더니 중간에 토한다. 중간에 뭘 좀 먹었는데 그게 올라온 거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멀미였다. 나는 멀쩡.
다시 울릉도에 접안 상륙하니 다들 멀쩡하다. 멀미라는 게 그런가 보다.
점심으로 독도새우를 먹기로 했다. 열 마리에 150,000원. 뭐라고 설명을 해 주시는데 별도로 그런 새우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어떻게 조합이 되는 것을 독도새우라고 한단다. 생새우 머리를 분리해서 튀겨주고 몸은 회다. 맛이 별나다. 좋은 여행 경험 먹거리라고 만족하기로 했다. 불만 없음.
오후내내 빈둥빈둥 돌아다님. 기웃기웃 기념품을 몇 가지 사고.
3일차. 아침에 일어나 9시반쯤 짐을 챙려 들고 호텔을 나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시켰는데, 나온 생선이 시큼할 정도로 갔음. 모른 척하고 나머지 반찬으로 먹고 나옴. 2인 분 금 24,000원.
항구 앞 공원에서 쉬면서 오징어를 농협공판장에서 삼. 10마리에 150,000원.
공원에서 빈둥거리다 12시 40분 승선. 묵호행. 3시간여 힝해 끝에 묵호항 입항. 파도는 아주 잔잔. 묵호 주차장에 오니 우리 캠핑카는 얌전히 우릴 기다리고 있었음. 시장바닥을 더듬어 점심으로 물회를 시켜 먹었는데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물회였을 거임. 금 18,000원씩.
평창 처형댁으로 출발. 날이 어둑어둑해서야 도착. 처형이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지내고 계셔서 다소 안심. 옥수수 포도 이거저거 주시는 것을 먹고 한 시간여 머물다 이거저거 싸 주시는 거를 들고 출발. 중간에 원래는 휴게소에서 1박하기로 하고 출발한 거였는데 아내는 그냥 집으로 달리고 만다. 집에 오니 10시 반. 잘 다녀 왔습니다. 소원이던 울릉독도를 데리고 가 주신 아내에게 감사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