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거실 앞 반달 화단에는 이러저러한 꽃들이 일년내내 피고지고피고지고 한다. 내 색시는 그곳에 키가 큰 나무나 꽃은 절대 못 심게 한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내가 부지런 떠는 성격이면 거기에 잘 맞출 텐데 좀 게으른 편이어서 잔소리 같고 귀찮을 때가 많다. 그래서 묵비권을 행사할 때가 많다. 예를 들자면 못 들은 척이다. 그러면 성미 급한 내 색시는 열통이 터진다. 그래도 나는 모른 척이다. 한 삼십 년 살다 보면 이제 짐작이 가나 보다. 옛 적에는 금방 토라져 터진다. 그런데 요즘은 잘도 참아 준다. "저 이는 원래 저래!" 그러고 한 수 접어 주거나 싹 무시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충돌은 피한다. 그럼 시간이 조금도 지나지 않아 나는 속으로 후회한다. 이순이면 모든 게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데 나는 뭐냐고.........
그 화단에 꽃들이 오늘도 피었다. 그래서 딸아이가 오는 바람에 둘이서 구경하다 렌즈를 가져다대고 보니 이런 것들이 잡힌다. 이름하여 천사의 나팔.
이 녀석은 팔랑개비 같고
이 녀석은 순백한 색시 같고
이 녀석은 물기 머금으니 금방 목욕재계한 선녀 같고
천사의 나팔
딸아이 천사일까 천사가 딸아일까
내 집앞 뜨락에는 하얀꽃 물먹어서
천상의 싱그런 소식 종일토록 맴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