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버지는 풀밭 속 부추 잘라
하나둘 다듬더니 곱게도 씻으셨네
아깝다 저를 어쩌니 부친 걱정 덜려고
오늘은 점심 나절 맘먹고 부엌에서
당근도 잘라 넣고 고추도 잘라 넣고
부추는 한 움큼 몽땅 칼로 싹둑 잘랐네
서투른 솜씨 자랑 손 벨까 저어해서
시간은 자꾸 가고 점심 때 고비 넘어
칼이야 도마 위에서 토닥토닥 춤추네
묽기가 이 정도면 하마면 될까 보아
물 넣고 한참 보니 또 너무 묽어 보여
한 손에 부침개가루 한 움큼을 더 보태
에에라 모르겠다 그냥냥 넘어가자
식용유 부어 놓고 불꽃을 높이나니
검푸른 프라이팬 위 지그지글 익었네
젓가락 곁들여서 부친께 올리고서
아버지 부침개가 잡술만 하신가요?
오오냐 자알 되었다 짜지도 않구나
두 잎은 더 구워서 작은집 배달하고
돌아와 아버지와 맛보니 마주앉아
어머나 젓가락 끝에 묻어나는 별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