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뒷뜰 텃밭에 퇴비를 내느라 땀깨나 흘렸다.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을 물론,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어서 눈에 들어가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흔셋이신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으신 두엄 속에는, 삼태기에 퍼담으려니 의외로 좀 징그런 녀석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구른다. 두엄을 다 내는 동안 주워 모은 녀석이 아마도 서른 마리는 되리라. 하늘소 애벌레다. 그 녀석을 어떻게 하는 거냐고 담방약에는 한 가닥 하는 아우에게 따르릉을 했더니 볶아 먹으란다. 그 징그런 녀석을 말이다. 난 비위가 약해 도저히 안된대니, 그 아우 하는 말이 "그럼 술담가요."다. 30도자리 소주를 부으라는 얘기다.
그것도 일이라고 하고 나니, 정오가 넘었고 몸을 피곤하기 그지없다. 씻고서는 의자에 앉으니 잠이 쏟아진다. 비몽사몽간에 황고의 전화를 받고는 조금 있으니 그가 들이닥친다. 날씨가 하 좋아 둘이서 뜰에 내려서니 쇄석 속에서 주름잎이란 녀석이 한 무더기져 웃고 있다. 털퍼덕 주저앉아서 그걸 보다가는 앞집에 사는 종제 듀리언을 불러 이약이약하다가는 장기판을 찾는다. 장기판을 대령하고서는 나는 곁에서 실력들을 가늠해 본다. 일수불퇴니 어쩌니 말이 많다. 아마도 적수가 되는가 보다.
그들이 장기에 빠져 있는 사이에 나는 또 찰칵을 들고 나선다. 오늘은 그들의 옥신각신하는 장기판 주위에서, 쇄석 속에서 꽃핀 잡초들을 담기로 했다.
우선 아까 말했던 주름잎
곱다란 자태와는 다른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살갈퀴
어디에서나 흔히 보고도 또 보는 봄까치꽃(큰개불알풀)
길가 어디에나 삐쭉이 올라와 노랗게 피는 뽀리뱅이
자태도 고울시고 반하
꽃마리
얼치기완두는 날렵하기 그지없다
이 녀석은 제 부류와는 달리 꽃이 셋이나 달렸다
이것도 얼치기완두
괭이밥이 노랗기도 하다
그 사이에 황고 아우가 두 판을 내리 진 모양이다
갓꽃
쇠별꽃이다
저도 빠지기 싫다고 마당 한 가운데 떡 버티고서는 이렇게 홀씨를 날리고 있다. 민들레
쇄석 마당 앞뜰을 한 바퀴 돌면서 찰칵을 다 하고 나니 아직도 그들은 장기에 여념이 없다. 곁에 가 나도 철퍼덕 퍼질러 앉아 빰 맞기 십상인 훈수를 아니할쏘냐? 그게 바로 장기의 매력인 것을................ 보아 하니 비긴 판을 가지고 서로 버티고 있다.
"비겼구먼! 다시 두시지들?"
했더니 서로들 눈치만 본다. 황고가 좀 수가 약한가 보다. 얼시구나 하고는 비기자고 한다. 황고는 무승부가 젤 잘 둔 거란다. 그래서 2승 무. 다시 두더니 이번에는 대하기 작전인가 보다. 차 대하고, 포 대하고, 졸 대하고 그러더니 한 순간에 비기고 만다. 그래서 2승 2무.
그들을 떠나 보내고 나는 들어와 아버지 진지 마련하여 함께 저녁을 들고는 설겆이를 득달같이 마치고 아까 찰칵한 사진 작업이다. 이렇게 내집 마당에는 갖가지 잡초들이 철철이 꽃을 피운다.
석양단상
서산에 해는 숨고 아우들 떠나가고
나 홀로 어둑지는 앞뜰을 내다보니
지난 날 애틋한 사연 새록새록 떠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