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늘은 바쁜 날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아내와 아이들의 배웅을 뒤로 빗속을 뚫고 집을 나섰다. 하향길이다. 3시에 장성문화원에서 백일장 심사모임에 참석을 해야 하니 바쁘다. 8시 35분 발 고속버스를 타고는 한 잠 자고 나니 탄천이다. 이곳은 빗방울 흔적 하나 보이지를 않는다. 말 그대로 땡볕이다.
장성에 내리니 마찬가지 땡볕이다. 걸어서 35분. 집에 오니 땀이 비오듯 한다. 들어서는 나를 보고 아버지 딱하다는 듯이 한 말씀 하신다.
" 걸어왔냐?" "예, 많이 더워요."
옷을 바꾸어 입고는 마음이 바쁘다. 엊그제 떠날 때 백작약이 대문 옆에서 망울져 나를 배웅했으니 이제쯤은 터졌으려니 해서다. 얼른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때를 놓치고 만 것이다. 활짝 피다 못해 이제는 한물 가고 있었다. 찰칵에 담기에는 영 아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은 더 바쁘다. 그 산에서 한 주 전에 본 꽃대도 아니 올라왔던 금란초. 지금은 어쩔까 해서다. 비탈길을 오른다. 마음이 바빠 급한 날 요놈들이 저도 보고 가란다.
애기나리
반디지치
?
?
옥녀꽃대
드디어 금란초. 그런데 이것도 한물 가고 있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렇게 제 모습을 보여 주지를 않는다. 누굴 탓하랴. 제가 게으른 것을.................. 요거라도 감지덕지하면서 찰칵을 들이댄다. 색깔도 자태도 아직은 봐 줄 만하다. 감사.
금란초
어쩌면 하느님도 저러코롬 빚어내셔
보이시니 내 눈 앞에 배우라 저 심성을
초록잎 부등켜안고 오손도손 사누나
참 싸리꽃이 여기저기 요사스럽기도 하다.
엉겅퀴가 이제 막 피어나려 한다. 저 녀석이 관절에 그만이래나 뭐래나. 함담이 극구 권장하던 녀석이다.
개구리발톱이 지고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툭하고 터져나가려는 순간이다. 얼마나 멀리 튈까 모르겠다.
찔레꽃이 저렇게도 순백으로 자태를 뽑내고 있다. 아니 봐 주고 갈 수가 있으리오?
?
속명으로 산떼알꽃이다.
산떼알과 막 이별을 하고는 대청에 들어와 막 웃옷을 벗자마자 따르릉이 날 부른다. 들여다보니 두령님이시다. 반가워서 왈,
"부회장님, 웬일이신가요?"
"워디세요?"
"집인데요?"
"백양더부살이 탐사요."
시간을 보니 벌써 다섯시다.
"이 시간에요?"
"들판이니까 해가 있을 거예요. 상열 군이랑 수국이랑 갑니다."
"워디로 갈까요?" 대답은 그러면서도 아버지께 영 면목이 없다. 일부러 들으시라고,
"백양사로 가요? 아니 농장으로요?" 그래 놓고는 염치도 좋게 이런다.
"아버지, 또 저녁 혼자 드셔야겠네요."
"이렇게 늦게 백양사를 간다고?"
"예, 다녀오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짐싸기에 바쁘다. 조금만 늦어도 해가 떨어지고 만다.
부리나케 달려서는 북이면사무소에 다다르니 바쁘다던, 시간이 없다던 두령님 일행이 안 보인다. 따르릉을 하니 금방 나오신단다.
차를 바꾸어 타고는 우리 일행 넷은 모두 마음이 바쁘다. 해가 벌써 산마루에 걸려 있어서다.
내비게이션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한단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마구 달린다. 1분 1초가 급한 거다. 그 바쁜 속에서 더 좋은 곳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전화로 물으신다. 결국은 찾지를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아는 뚝방길로 찾아든다. 작년에 두령님과 왔던 그 뚝방길이다. 올해에는 비가 안 내려 포자들이 기다리나 보다. 빈약하기가 그지없다. 그렇다고 내가 불평할 처진다. 감지덕지지.
백양더부살이
이게 다다. 풀숲을 뒤지기도 하고 길가를 더듬기도 해 보지만 별 수 없다. 수국님이 저 앞으로 가면 많단다. 우리 일행은 기대에 부풀어 뒤를 따른다. 헌데 이게 웬일? 그곳에는, 더부살이가 있었다는 그곳 말뚝 곁에는 흔적도 없다. 누가 파가 버렸단다. 수국님, 기가 막히나 보다. 어제는 분명히 있었는데............다.
참고로 : 이 백양더부살이는 포자로 번식하기 때문에 파 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단다. 한 번 솟아나는 것으로 끝이란다. 욕심 부릴 일이 아니란다. 그냥 그곳에 두고 다시 찾아와서 보는 것이 최선이란다.
상렬 님과 나는 풀 숲을 더 더듬는다. 그나마라도 찰칵을 해 둬야겠기에 말이다. 저 만치 떨어져서 아카시아꽃을 만지작거리던 두령님과 수국님 곁에 이르니,
두령님 이러신다. 수국님이 사기를 치셨으니 저녁을 사기로 했단다. 눈으로 무슨 소리냐기깐 설명을 하신다. 사연인즉 이렇다.
"웬 사기를 그렇게 치시나요?"
"거기에 분명히 탐스런 더부살이가 한 무더기 있었다구요? 사기라니요?"
"증거대 봐요? 증거가 없잖아요? 그러니 사기지요."
수국님은 있었다고 하고, 두령님은 지금 없는 것을 있다고 했으니 사기라는 거다. 그러니 저녁을 사라고 억지를 부리신거란다.
"까짓거 뭐 저녁 사지요."
그래서 우리는 땅거미가 지는 뚝방길을 뒤로 하고 비가 오면 다시 오기로 기약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다리 아래에는 벌써 전기불이 줄을 서고 있다.
정읍 읍내로 들어오다가 결국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시내보다 변두리가 더 맛있는 집이 있을 거란다.
상렬님 왈, "저녁을 얼마짜리 먹어요. 주머니가 두둑합니까?"
수국님 대답, "아니요."
그래도 양심은 있으신지 두령님 한 말씀.
"상렬아, 라면 먹자."
"나는 라면 안 먹어요. 두당 만 원을 쓸 수 있어요."
"백반도 6000원입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두령님 또 장난기 발동.
"나머지 4000원 돈으로 받아갈려구 그러지?"
그렇게 두령님 억지를 부리시는 바람에 푸짐한 오리주물럭을 실컷 먹고 연속극까지 곁들여 보고는 소화제 걱정까지 하면서 어두운 밤길을 돌아오니 10 도착. 그렇게 바쁜 하루도 저물었다. 모든 이에게 감사. 오늘은 잠도 잘 오것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