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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여름은 덥다. 그 더운 기온 속에서 곡식은 익어간다. 산은 아니 숲은 시시각각으로 그때마다 예쁜 꽃을 피우기도 하고, 푸른 잎을 내밀어 자라게도 한다. 그러다가 제 할 일이 끝이 났다 싶으면 그만 이울고 만다. 우리 인간은 노랗게 솟아오르는 새싹을 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그 연약한 싹의 힘에 곧잘 감탄하곤 한다. 그 싹을 보고는 귀엽다느니, 앙징스럽다느니, 경이롭다느니 하며 말도 많다. 그러나 그 싹들은 느낌도, 생각도 없이 그저 본능에 따라 환경이 맞으면 어김없이 자란다. 그리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운다. 내게는 그 꽃이 경이로운 거다. 그래서 나는 야생에 피는 꽃만 보면 그것이 작건 크건 화려하건 수수하건 관계없이 관심의 대상덩어리다. 곧바로 나는 찰칵을 가져다대고 영상을 담는다.

  한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다가 그 무더운 여름에 풀숲을 더듬기로 했다. 물론 내 손에는 삼각대를 꼭 붙들어맨 찰칵이가 들려 있다. 글의 해설 편이상 사진의 순서를 매겨야겠다. 가로로 1, 2 다음 줄에 3, 4. 이렇게 일단 정하고 말을 잇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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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언저리에 이르자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녀석이 있다. 지난해에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녀석이 지천으로 널려 있지를 않은가! 이름하여 <꿩의다리>, 3번이다.

달리, 우정금, 아세아꿩의다리, 당송초라고도 한다. 꿩의다리는 모두 줄기가 아주 가늘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꽃은 정말 환상적으로 예쁜데다가 3-4갈래로 조그맣게 옹기종기 붙어 있는 잎의 모양도 귀여워서 관상용으로 수요가 매우 높다. 꿩의다리 종류 중에서 가장 예쁜 건 보라색과 노랑색의 환상적 조화를 이루는 금꿩의다리를 꼽을 수 있고 가장 소박한 것은 녹황색꽃을 볼품없이 피우는 좀꿩의다리를 들 수 있습니다

  눈을 돌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발밑에 노랗고 작은 <짚신나물>이 여기저기 듬성거린다. 이 녀석도 지난해에는 보지 못하던 놈들이다. 아마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일 터이다. 4번이다.

짚신나물은 장미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용아초, 낭아초, 선학초라고도 한다. 키는 60∼150㎝쯤 자라고 줄기와 잎에 흰털이나 있고 버들잎 모양의 쪽잎이 어긋나게 달리며 가지 끝에 노란색의 작은 꽃이 모여서 핀다. 예부터 종창과 악창을 다스리는 약으로 썼고, 암 외에도 장염, 요도염 같은 염증질환의 치료와 지혈제, 강장제로도 쓴다. 잎은 심장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작용이 있고, 또 잎과 줄기를 달인 물은 류머티스나 습진, 설사 치료에 효과가 있다.

  돌아서니 풀숲에 보라색 <이질풀>이 숨어 있다. 이 녀석은 언제 봐도 때깔이 참 곱기도 하다. 흰 <이질풀>도 가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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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안에 들어서니 땅에, 아니 잔디 위에 노란 꽃들이 기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접사를 하니 묘하게도 생겼다. 이름도 얄궂다. <여우팥>이란다. 눈여겨보면 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넝쿨 식물이다.

벌안 다른 쪽 구석에서 한껏 뽐내고 서 있는 녀석은 바로 이 <층층잔대>다. 초롱같은 꽃잎에서 아래로 쑤욱 내민 꽃술이 참 매력적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2번이다.

 북향의 언덕에는 <무릇>이 많이도 솟아올라 있다. 꽃도 고고하기도 하다. 풀숲에 우뚝 솟은 것이 마치 왕자처럼 늠늠하다. 꽃무릇이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가 없어 상사화라 하는데, 이 녀석은 잎과 꽃의 거리가 너무 멀다. 꽃은 대공 끝에 매달려 피는데, 잎은 땅바닥을 긴다. 그래서 꽃무릇이 되지 못하고 무릇인가? 4번이다.

 그 사이사이에 숨어서 겨우 얼굴만 내미는 녀석이 3번이다. 아주 드물고 보기 힘든 꽃이다. <네잎갈퀴덩쿨>이다.

  1번은 상사화다. 잎이 먼저 나와서 자라다가 7월쯤이면 말라 없어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가 하면, 살며시 8월에 대공을 밀어올려 꽃을 피우는 놈이다. 그래서 잎과 꽃이 절대 만날 수 없다고 해서 相思花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 안에 들어 있는 것이 꽃물들이던 봉숭아다. 이것이 접사의 묘미라면 묘미다. 꽃이 곱기도 하지 않은가!

 봉숭아頌

큰 누님 무릎 베고 내밀던 고사리손
콩콩 찧어 봉숭아꽃 손톱 위 한 줌 두 줌
아침엔 빛깔도 고와 찬탄일랑 저절로

 그 누님 이제는 내 곁을 떠났건만
뜰 앞에 지고 피는 봉숭아 꽃내음
새 아침 이슬 머금어 새록새록 안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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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여기저기 많이도 피어나던 <미나리아제비>, 1번이다. 가을이면 산과 들에 자태를 뽐내는 저 <참취>, 2번이다. 흰 꽃잎이 튼실하여 참 매력 덩어리다. 봄에는 그 야리한 싹이 쌈쏘롬한 쌈맛을 통해 풋내를 안겨주던 녀석이다. 보라색으로 꽃도 화려한 <맥문동>. 3번이다. 앞에서 언급한 <무릇>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간단한 구별은 맥문동은 꽃과 더불어 잎이 무성하지만, 무릇은 잎과 꽃의 거리가 멀고 잎도 있는 둥 마는 둥 하다는 점이다. 약용식물이다.

  마지막으로 4번. 이름이 참 그럴 듯하다. <파리풀>이란다. 꽃보다 꽃 밑, 줄기에 붙어 있는 작은 덩어리들을 자세히 살펴보라. 그 모양이 무엇을 닮았는가? 파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파리풀이란다. 그런가 하면, 뿌리를 갈아서 밥에 뿌리거나 종이에 발라 놓으면 파리가 먹고 죽기 때문에 파리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파리풀의 즙액을 측간에 뿌려 넣기도 했단다. 파리풀의 한자 이름은 승독초(蠅毒草, 파리+독+풀).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숲속 모기와 싸워가면서 찰칵한 것들이다.

이왕에 모기 얘기가 나왔으니, 모기 아니 蚊선생에 얽힌 이야기 하나.

  수박이 있는 철이었으니 아마 6월쯤 되었을까? 우리 백양야생화연구회 회원 두 분과 한재골에를 갔다. 애기나리 변종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한참을 더듬다 보니 숲속 모기가 옳다 내 밥 왔구나 하고 마구 덤빈다. 애기나리 변종은 여기저기 눈에 들어오는데 모기도 더불어 극성이다. 내 피가 입맛에 맞는지 문선생들은 기를 쓰고 덤빈다. 그러니 헌혈을 아니할 방법이 있었겠는가?

 웬 만큼 구경을 하고는 이제 되었다 싶어 모기와 이별을 하고는 길가에 나앉으니 태식 군이 차에서 수박 한 덩이를 들고 나온다. 우리 두령님(?) 눈이 번쩍, 칼은 없고 하니 주먹이 칼이다. ‘퍽’, 한 쪽을 내게 내미신다. 얼른 받아들며 내가 하는 말,

“아, 그놈의 모기, 이 마른 몸에 무슨 먹을 것이 남았다고 덤비길.......”

“그 모기 잡으셨습니까?”

무슨 말씀이냐는 듯이 내가,

“그럼요!”

했더니, 두령님 시침이를 딱 떼시고 왈,

“동족상잔입니다. 아니 피를 나눈 사이를 죽이셨다는 말씀이지요?” 하신다.

졸지에 나는 어안이 벙벙. 그러다가는 태식 군과 나는 픽 실소를 하고 말았다. 한재골 정상에서의 일이다. 탐사에서는 이런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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