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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7월 19일 화요일 사진수업이다. 10여 분 수강생이 모여 공부를 한다. 오늘은 한우일 선생께서 바쁘시다고 한 시간 강의를 마치시고 가시고, 황선생께서 뒤를 이어받으셨다. 모두가 열심이시다. 유인당께서 카페에 올리신 제봉산 해맞이와 구름을 보며 차회장께서 하신 말씀. 여름 구름은 가지가지라신다.

春水滿四澤이요 夏雲多奇峯이라.

秋月揚明輝요     冬嶺秀孤松이라.

어르신들께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쉴 줄 모르고 지칠 줄 모르고 빠져드는 학구열. 그래서 9월에는 기막히는 전시회가 되리라. 기대만땅이다.

 

마치고 뿔뿔이 헤어져 가시고, 황선생님, 유인당님, 강여사님, 그리고 나 이렇게 황룡시장엘 가기로 했다. 맨날 황선생 차를 얻어타던 내가 이번에는 황선생을 모시니 감회가 새롭다. 오늘이 19일 장이 서는 날이어서다. 우리 모두의 의견이 시장 국밥이었던 거다.

 

가는 길에는 장이 서는 날인지라, 옹기전도 있었고 과일을 파는 노점상도 있었고, 그리고 닭이며, 개며, 오리며, 떼까우며를 파는 지독한 냄새까지 파는 동물농장이 있었다. 날씨는 찌는 날.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숨이 훅훅 막힐 정도다. 하나 아쉬운 건 이거다. 황선생님과 내 야그.

 

"어, 그 강아지 팔려 버렸네!"

"그놈 똑 떨어져서 별종일 겁니다."

'울집에 설기가 없었다면 제가 샀을 겁니다."

 

웬지 그 녀석이 눈에 안 보이니 섭섭하다. 지난 번 시장에 왔을 때 찰칵한 거다.

강아지-8669.jpg

시장 안에 들어서니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 한 가운데 자리잡은 국밥집에 도착하니 어느 분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손을 내미신다. 강여사 남편분이라신다. 주방장께 주문을 하는데...............

주방장-0617.jpg 

국밥 넷에 팥죽 하나.

내 곁에는 커다란 공업용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벽에도 여기저기 벽걸이 선풍이가 발악을 하고 있었고........ 그런데 문제는 그 큰 선풍이가 가져다주는 바람이라는 게 시정바닥의 열기를 그대로 다 몰아다 내게 주는 것 같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래서 슬쩍 나가서 스위치를 내렸다. 좀 낫다. 차라리 선풍기 바람이 없는 게 낫다는 말씀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먹은 시장 머리국밥.

머리국밥-0622.jpg

한 마디로 짜다. 짜니 맛은 있다

땀을 연상 훔쳐내며 그 더운 머리국밥을 먹어내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래도 먹어야 사는 게 목숨을 가진 생물이니 어쩔 것인가! 그래서 우리말에 食事라 '먹는 일'이라 했는가?

 

먹고 나니, 아니 배가 부르니 눈이 시장 안 여기저기로 돌아가기는 하나 워낙 더워서 그것마저 접었다. 강여사는 남편 따라 가시고, 그 사람 좋아보이는 남편분은 우리에게 그 머리국밥을 쏘시고는 작별. 잘 먹었습니다.

 

황선생, 유인당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셋은 할레할레 왔던 길을 되돌아 걸으며 다리 밑에 서서 하는 말.

"참, 시원타! 다리 밑이 이래서 좋아요."

 

내 차도 다리 밑에서 쉬었으니 그동안 열기를 죽여놓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성당 'CUM'카페다. 2시반까지 시간을 죽여야 하는 사연도 있으나(2시부터 읍사무소에서 약초강의가 있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야그),

造化翁

쇠비름 한 잎 한 잎 폭염을 접고접어

조화옹 그곳에다 천기를 담았건만

온 누리 나앉은 미물 세월네월 끙끙끙

 

그보다 황선생께서 커피를 사신다고 해서다. 그곳엔 몇 년 전부터 가보려니 가보려니 하기만 했지 가보지 못한 곳이다.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앉을 곳이 없다. 눈치 빠른 문화원 국장께서 앉아 있다가 얼른 일어나 양보하시고 나가신다. 그래서 확보한 자리에서 황선생께서 사신 냉커피 세 잔. 맛있겠지요?

커피-0624.jpg

그리고 앉아서는 사진공부다. 유인당께서는 참 그 연세에 참 열심이시다. 喜壽. 쿰에는 아이가 둘 귀엽게 놀고 있었는데 그들을 렌즈에 담느라 여념이 없으시다(유인당님, 그 아이들 사진 카페에 올리세요). 그리고는 창 밖으로 눈을 돌려 구름 찰칵. 우리 셋 모두. 두 분은 소니 디카고, 나는 그냥 스마트폰이다.

촬영-0623.jpg

 

그래서 얻은 사진 둘.

구름-0626.jpg

 

첨탑-0628.jpg

 

그리고  우리는 아까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유인당 댁 앞을 지나며 귀한 선물을 하나씩 받았다. 손수 만드신 미숫가루 한 봉지씩. 얼마나 맛이 있을 것인가? 온 정성이 그 안에 담겼을 터인데...............

미숫가루-8712.jpg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앞마당, 뒷마당 그리고 어머니 산소 잔디를 깎고 나니 새벽에 시작한 일이 9시에 끝이 났다. 들어와 보니 울아버지 아직도 아침 전이시다. 늦으면 으례 먼저 드시겠거니 했는데 배고픈 줄을 모르신다고 아니 드셨단다. 뭐를 먼저 챙겨야 하는지를 내가 모르는 바본 거다. 사실은 그렇게 늦은 까닭이 있기는 하다. 사연은 이렇다.

 

예초기에 기름을 가득넣어 뒷마당 잔디부터 깎기 시작. 6시반. 뒷마당을 거쳐 동쪽을 깎고 앞마당 잔디를 깎고는 그만두려 했는데 웬걸 앞마당 못다 깎은 잔디가 섬처럼 남았는데 그만 기름이 다한 거다. 그러니 그걸 그냥 놔둘 수가 있겠는가? 할 수 없이 있는 기름을 예초기에 채우니 반 조금 넘는다. 그러니 그걸 남길 수가 있겠는가? 예초기 특성이 기름을 남겨두면 다음에 돌아가지를 않는다. 몽땅 다 쓰고 깨끗이 비워두어야 한다. 그러니 그 기름 다 쓸 때까지 깎아야 했으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깎고 어머니 산소까지 올라간 거다. 어머니 산소 잔디를 정리하고 나서도 기름이 남는다. 그래서 길을 깎고 나니 시간이 그렇게 되어 버린 거다.

 

송구스러워 내가 하는 말.

"시간이 늦어지면 먼저 드시지 그랬어요?"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씻어야 진지를 채려드릴 수 있는 것을........... 그래서 또 한 30여 분 지체. 아점을 먹고 나니 온 몸이 아우성이다. 안 하던 일(?)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대낮에 골아떨어졌다가 눈을 뜨니 2시반. 뭘 좀 드셨나니까 아침을 늦게 드셔서 생각이 없으셨단다. 그래서 생각이 미친 곳이 바로 유인당께서 주신 미숫가루다. 황선생께서 벌써 얼음까지 넣어서 주욱 드시고 카페에 자랑을 늘어지게 하신 그 미숫가루다.

나도 그 미숫가루를 꺼내서 찰칵도 하고 아버지 드리고 나도 마시려고 준비.

 미숫가루땅콩-8714.jpg

이 땅콩도 유인당께서 주신 선물

 맛있었겠지요. 벌써 마셨으니까 과거형이 된 거지요. 유인당님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연세에 짐이 너무 많으십니다. 남자들, 자식들은 속이 없어요. 덜어 내세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 미숫가루와 땅콩이 이 글을 쓰라고 나를 부추긴 겁입니다. 유인당님 감사합니다. 좋은 사진만 찰칵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즐기신다는 마음으로 주위에 널려 있는 이거저거를 담으십시오. 그 손녀 사진처럼이요. 참 좋은 사진입니다.

 

또 한 가지 빠뜨린 게 있다. CUM에서 사진기를 가지고 유인당님과 내가 내기를 한 거다. 황선생님 사진기가 더 작다고. 나는 아니라고, 유인당님 사진기가 더 작다고. 내기 내용은 이거다. '주전자'집에서 점심 사기로. 유인당님 그냥 우기신 거다. 나는 두 사진기를 빤히 아는데 내기가 안 되는 것이었다. 죄송.

 

사실은 유인당께서 황선생 디카와 꼭같은 디카를 사달라고 자녀들에게 당부를 하신 거다. 나는 그 자초지종을 다 안다. 그런데 황선생 디카가 오래 되어서 구형이 되어 신형으로 구입을 한 거다. 그러니 기능은 좋아졌고 크기는 작아진 거다. 본체는 작아지고 렌즈는 같다. 유인당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신 거다. 기계가 같으면 훨씬 배우기도 쉽고 가르쳐 주는 이도 운 거를 아신 거다.

 

"유인당님, 내기 없던 걸로 할까요?"

'좋은 사진 욕심내지 마시고 많이 찍고 많이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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