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해 전에 한 친구가 사기로 만든 작은 술잔 하나를 선물하였다. 나는 그 술잔을 사랑하고 아껴서 늘 책상 위에 놓아두고 술을 따라 마셨다. 서울로 거처를 옮길 때 그 술잔을 가져가지 않고 고향집에 남겨두면서 깨뜨리지 말라고 맏아들에게 신신당부하였다. 그 뒤 맏아들이 찾아왔을 때 혹시라도 술잔을 깨뜨렸는지 물었더니 “벌써 깨졌는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아 깨뜨린 것이 틀림없다.
언젠가 관동(館洞) 사는 친구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반짝이고 깨끗한 사기 술잔이 눈에 뜨였다. 술에 취한 틈을 엿보다가 빼앗아 가지고 소매에 넣어 왔다. 집안 사람에게 부탁하여 술을 마실 때는 언제나 그 술잔에 따라 마시도록 준비하라고 일렀다. 그런데 계집종이 조심하지 않아서 또 깨뜨리고 말았다. 아무리 탄식한들 소용이 없는 일이라 또 그런 술잔을 장만할 생각이었다.
이해 봄 다시 서울에 갔을 때 다른 계집종이 사기 술잔을 바쳤다. 예전에 깨진 술잔에 견주어 보니 몸집이 조금 컸다. 나는 몹시 애지중지하면서 또 깨질까 염려하여 계집종의 손에 닿지 않도록 하였다. 술을 따라 마실 때에는 내가 직접 따라 마셨고, 술을 마신 뒤에는 바로 책상머리에 놓아두었다. 지금껏 깨지지 않았으니 퍽이나 다행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