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게으름을 피우다 오늘은 맘 먹고 그 산엘 오르기로 했다. 한낮을 지나 오수에서 깬 나는 거실마루의 차가움이 등에 전해옴을 느끼며 일어나 앉아 그 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모두 푸르름. 그 속에 시들어가는 호박꽃이 퇴색한 노란색을 던지고 그 옆에는 참나리가 두 그루 마주보고 웃고 있었다.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그 산에는 모기가 많아서 긴 팔에 긴 바지를 꼭 입어야 한다) 사진기를 들고 긴 칼을 오른손에 들었다. 늘상 돌아보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온통 풀과 잡목이 우거져 발디딜 곳을 찾기가 어렵다. 모기는 웬 떡이냐고 귓가에서 윙윙거린다. 헌혈하고 가란다. 싫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더덕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가 한창이다.
이 녀석은 이름을 모른다
이 녀석은 이질풀 같은데.....
사진이 엉망이다. 이름을 모른다 쥐꼬리망초?
고생고생을 하며 중턱에 오르니 기대하던 꽃은 없고 모기가 헌혈하라고 난리들이다. 숲속을 한참 헤매다가 보니 잔대란 녀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고맙다 잔대야. 그만큼 꽃들이 귀하다는 야그.
무덤가에 핀 층층잔대를 뒤로 하고 산등성이를 돌아드니 그곳에는 여름내 돌아보지 않아서 미안하기 그지없었던 도라지들이 지들끼리 피다가 지다가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도라지야 미안하다. 게으른 주인은 그렇단다. 잡초 속에 그래도 지지않고 무성하게도 자라서 흰 꽃이며 보라색 꽃을 많이도 피워대고 있었다.
벌이란 녀석이 한참 바쁘다
꽃속에 또 꽃잎이 묘하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사람의 얼굴 인상이 언뜻 인다 이건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나 어쩌다나
어머니 무덤 가에 홀로 서 있는 도라지
그리운 어머니
늘상도 외로워서 봉분위 그리더니
오늘은 어쩌다가 질펀한 잔디 밭에
너 홀로 어머니 그려 종일토록 웃느니
온 몸에서는 땀이 그야말로 줄줄 흐른다. 얼굴에는 그 땀이 모기를 불러모은다. 귓가에는 헌혈해 줘서 고맙다고 그놈들이 윙윙거린다. 내려오는 길가에 원추리가 아직도 피어 있고, 그 곁에는 원추리가족 넷이 사이좋게 매달려 있다.
내려오는 길에는 또 무릇이 살짝 웃음을 보낸다. 재작년에는 이 녀석의 이름을 몰라서 우리 문학바탕시인님들에게 퀴즈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결국 해결을 못하고 말았던 기억이 새롭다.
산을 다 내려오니 싱크대에서 내다보면 늘상 인사를 하던 참나리 녀석이 그냥 지나가느냐고 투정이다. 그래서 한 컷 찰칵. 그 자태도 곱다.
이 녀석의 이름은 돌미나리다. 맞을랑가? 내 눈에는 그렇다는 야급니다. 아니면 두령님께서 수정해 주시것지요.
이제는 뒷문을 닫으려 하니 한 녀석이 또 투정을 한다. 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이제 막 빨갛게 익어가는 도마도 녀석이다. 우리 집안 아지매께서 도마도 있냐며 다섯 그루 모종을 주셔서 심어논 거다. 이제 처음으로 익어간다. 낼 모레면 내 무슨 날이라고 딸아이가 온단다. 그때 싱싱한 거 따 먹는 재미를 한껏 즐기라고 아끼고 따지를 못한다. 그래도 우리 회원님들께서 눈요기라도 하셔야 할 거 같아 한 컷 박아 올린다. 많이들 드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