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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어제 늦게 도착해서 이거저거 정리하느라 밤늦게 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8시 하고도 반이 지났다. 불야불야 없는 반찬에 아침을 해결하고는 곧장 설겆이에 돌입, 말이 설겆이지 싱크대를 온통 뒤집어야 할 정도다. 열흘만에 왔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릇도 씻고 싱크대도 손질하고 행주도 삶아서 널고 손이 바쁘다.
두 번째로 한 일. 청소다. 청소를 막 마치고 나니 KT에서 기사가 와서 설명을 한다. 메가티비를 달 수가 없단다. 속도 탓이다. 그런데도 상담원을 기술이 발달해서 할 수 있다고 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안 된단다. 실망! 그래도 온 기사에게 복수초랑 노루귀를 보여 주고서는 봄꽃을 보고 가라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사진까지 찰칵거린다. 보내고는 커피 한 잔과 사과 몇 쪽.
뒷뜰에 나가 장작을 몇 개 패고 나니 힘이 든다. 소리를 듣고는 중식이 아우가 와서는 말을 건다. 썩은 기둥감으로 나무가 필요하단다. 사다리를 들고 산으로 그는 가고. 나도 지쳐서 그만 도끼를 치운다. 아무래도 이르긴 해도 뭔가가 올라와 있을 것만 같다. 찰칵을 들고는 그냥 노루귀가 귀를 쫑긋거리던 곳을 더듬는다. 아니, 그런데 벌써 몇 녀석이 귀를 쫑긋거리며 빨갛게 웃고 있다. 한 곳을 더듬으며 찰칵을 하고는 위로 올라가며 설마했는데 그곳에도 벌써 노루귀가 나를 마중나온다. 이거 저거 더듬다 보니 남색 노루귀가 그립다. 혹시나 하고는 열심히 더듬어도 종내 무소식이다. 아직 안 나온 건지? 아니면 누군가 캐가 버렸는지? 땅을 극적거린 흔적이 여기 저기 있으니 말이다. 설마 누가 왔을라구 하면서도 영 서운타. 아래쪽을 보니 복수초가 발길에 밟혀 있다. 내가 그런 건지 누군가가 그런 건지? 복수초에게는 미안타.
온 산을 다 뒤지다시피 했어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작년에 후배 하나가 와서는 우리 산을 돌아보면서 혹시 변산바람꽃 아닐까 모르겠다고 했던 기억이 언뜻 떠올라 혹시나 하고 더듬어도 기미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등성이에 매화란 녀석이 이제 봉오리를 터뜨릴 기세댜. 그래도 한 열흘은 족히 기다려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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