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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오늘은 모처럼 국화분재모임날이다. 며칠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 내 몸은 서원에 있으면서도 시간이 되니 마음이 바쁘다. 공부도 건성, 서예지도도 건성. 생각은 온통 가산식물원 가 있다. 내 국화는 지난 두 주 동안에 얼마나 어떻게 자라 있을까? 오늘은 손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부라부랴 몇 가지 얘기와 체본을 남기고 줄행낭. 열 시 반에 모일 것을 내가 도착한 시간은 열두 시가 다 되어서다. 회원님들은 모두가 저렇게 열심이시다. 나는 지난 번에도 늦어서 두 번이나 강의를 듣지 못해 분을 손질할 줄을 모른다. 여기저기 투정 섞인 귀동냥으로 손을 움직이기는 하나 영 신통찮다. 그냥 잎사귀만 제거하는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이다. 점심 때가 지나가니 모두가 밥을 먹고 하자고들 난리들이다. 만난 갈치조림을 먹고 돌아와서는 나는 그냥 총무님의 처분만 기다린다. 곁에 바짝 붙어앉아서 물어가며 이제서야 손질법을 약간이나마 깨우쳐간다. 다음 번에는 좀 할 거 같다.

내가 도착하니 이러고들 계셨다 삼매경에 빠져 정신들이 없으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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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님과 부회장님만 열심이시고 긴기아남님과 공주과(?)님은 구경꾼인가! 서 있는 구경꾼(?)은 아마도 듀리언님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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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기아님이 이제 정신차리고 손수 하시는가 싶기는 한데 영 자세가 그렇지요? 여전히 두 분은 구경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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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또 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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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분의 표정 보세요 부회장님은 삼매경에 빠져 심각하시고, 긴기아남님은 뭔가를 설명하시는가 본데........ 아마도 저 화분 틀림없이 두령님 거 아닐 거다. 누군가 다른 회원님 거를 하고 계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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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이 다 된 내 분재 둘이다 이들이 9월 아니 10월이면 어떤 모양으로 무슨 꽃을 피울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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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손질은 절대 내가 한 게 아니다. 총무님 솜씨다. 나는 다만 곁에서 구경만 했을 뿐이다. 잘 되든 못 되든 모두 총무님 책임(?)이다. 아니 너무한가! 내가 한 일이라고는 화분을 옮겨오고 잎사귀를 따고 다시 가져가서 유기질비료 한 주먹 주고 사진 찰칵 한 게 전부다. 나도 양심이 있으니 이번에 눈동냥한 실력(?)으로 다음 번에는 내가 다 해 봐야겠다. 다듬는 중에 총무님 말씀. 시간이 되면 서예를 하고 싶으시단다. 그래서 내 대답. 화욜에 한 번 시간을 내면 됩니다. 10시부터 한 시간 중용공부, 11시부터 한 시간 서예. 이렇게 필암서원에서 하니 언제든지 오시라고. 같이 써 보자고. 총무님께 거듭 감사. 총무님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겨!

우리 총무님 식물원 앞에서 내게 한 마디 하신다. '가산식물원' 이름이 어떠냐고? 누군가 총무님께 한 말씀 조언하신 모양이다.

글자를 뜻대로 풀면 '아름다울 佳 뫼 山, 아름다운 산' 식물원이니 그 아니 좋으며, 또한 실내 실외에 연출하는 일이 假山이니 그 뜻이 중의법으로 쓰여 더욱 좋지 않은가! 내 생각으로는 아주 좋다고, 딱이라고. 총무님도 끄덕이신다.

사실은 오늘 내가 무척이나 바쁜 몸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려는데 서울 형의 전화를 받았다. 성당 교우 네 분이서 광주행이시라며 광주에서 만나 점심을 하자셨다. 그런데 내가 오늘 할 일이 겹치고 겹쳐서 마음이 온통 콩밭에 가 있었으니 이 일도 안 되고 저 일도 안 되는 처지였다. 모두 건성건성. 분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음이 고운 이들은 하는 짓도 고운 것인지, 회원님 중에 몇 분이 뒷설겆이를 해야 한다면 다시 들어오시는 것이었다. 나도 거들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으나 오늘은 철면피하기로 하고는 모른 척. 식물원에 들러 두령님 석부작하시는 걸 보며 전화 한 통화. 마침 광주에서 일을 마치시고 막 광주 톨게이트 통과 중이시란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만나기로 통화 끝. 전화하는 게 5분만 늦었으면 나는 그분들을 영 서울로 놓치고 말았으렷다. 하느님께 감사. 아니 내 선견지명(?)에 감사. 어쩐지 그 시간에 전화를 하고 싶더라니!

석부작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고 있어 한 마디 했더니 두령님 이러신다.

"진우랑님, 광주에 술 먹으러 가얄까 봐요."

나는 눈으로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그랬더니 곁에서 긴기아남님 설명하신다. 그 기가 막힌 석부작의 주인이 광주에 사시는 친구분이시고 그분은 술을 사고도 남는단다. 그런데 두령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과 석부작이 무슨 연관이냐 싶으실 거다. 사실은 내가 두령님의 그 무시무시한 갤로퍼에게 용무가 있는 거를 두령님이 아신다. 그건 비밀이니 좀 그렇고, 갤로퍼, 광주, 석부작, 두령님, 나 그렇게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거다. 그 연결고리를 풀자는 말씀이신데 워매, 난 그 시간에 우리집으로 출발을 해서 서울분 넷을 만나야는 거다. 그러니 마음이 또 바쁠 수밖에. 광주행은 이미 물 건너 갔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집으로 출발.

집에 벌써 오셨겠거니 하고 부리나케 오다가 먼저 출발해서 간 듀리언님을 도중에서, 그야말로 길 가운데서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구산동으로 향하니 마음이 바쁘면 몸도 더운 건가? 온 몸에서 땀이 솟구친다. 부랴부랴 집에 들어오니 그분들은 종적도 없다. 헤매시는 거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또 손전화에 매달린다. 형님 어디시냐고? 그런데 방구다리 공사가 말썽이었던 거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와 보셨던 형은 달라져 있으니 긴가민가하고 헤매고 계셨던 거다. 천만다행. 아니 이게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실 거다. 손님이 먼저 내 집에 들어오셔서 나를 맞이하는 꼴이었으면 얼마나 내가 민망할 건가. 그걸 면했다는 야그다. 내 작은 차가 이번에는 바쁘다. 보해양조 쪽으로 물어서 오시면 된다고 말씀 드리고 통화 끝.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내 꼬마차에게 부탁한다. 어서 가 반가운 이들을 맞이하자고.

그래서 반가운 이들과 온통 웃음꽃으로 하하호호 하고는 내 작은 방에 들어앉았다. 황제 고산차를 이열치열로 한 잔,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이렇게 네 잔씩을 하고는 가시겠단다. 내 마음은 벌써 서운하다. 이십오년여를 함께 보고지고 하던 이들인데 만난 지 한 시간, 그것도 내 시골집에서. 섭섭한 게 당연하지만 어쩔 것인가! 그래서 나는 또 우기기 시작. 금방 한 시간 전에 점심을 드셔서 먹을 수 없다는 저녁을 강제로 잡수시라고. 그냥 가시면 내가 두고두고 마음이 안 좋다고 우겼지 뭐. 그래서 본때행.

본때에 가니 콩물국수가 시원하다. 곁들여 소주에 맥주에 한 잔씩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풀리다. 저녁 늦게 도착하실 걸 생각해서 마음들이 바쁘신 모양이다. 나도 따라나서고 싶은 생각을 달랜다. 내일이면 가지 않느냐고. 따라붙으면 곧장 내 색시에게 갈 수 있어서다. 본때에서 나와 서운한 마음을 담아 외각도로 길을 손가락질하며 그분들을 보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걷는다. 오는 길에 마 씨앗이 주렁주렁이다. 한 줌 줍고 따서는 내 뒷산에 뿌려 두었다. 내년에는 나라고. 아버지는 벌써 저녁을 해결하셨다. 아버지 감탄하시는 한 말씀.

"선물을 세 가지나 사 왔다!"

봤더니, 박카스 한 상자, 아버지 좋아하시는 걸 잊지도 않으시고는 커피믹스 한 상자, 그리고는 물도 좋은 포도 한 상자다.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으니 시큼달큼 맛이 싱그럽다. 꺼내서 냉장고에 갈무리하고는 몇 송이 들고는 쪽문을 나선다. 쪽문 밖에는 사촌이 산다. 오늘 분재수업에서 무우씨를 나누어 주기로 했어서다. 무우씨를 샀더니 많다. 집안에 들어가 불러도 대답이 없다. 출타중. 가만히 거실에 두고 나온다. 시골은 이래서 좋다. 항상 오픈이다.

돌아와 피시와 씨름. 오늘 사진을 포토샵에서 손질하는데 심신이 지쳤나 보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지쳐설까, 아니면 한 잔 때문일까? 하여튼 졸린다. 그래서 한 잠 콕. 일어나 보니 열한 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 사진 올리는 게 늦어진 변명이 이렇게 길어진 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행복 속에 간다. 모든 이들에게 감사. 건강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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