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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오랫 동안 잊었던 그 산에 오늘은 일하러 올랐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산이 나을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산을 그 동안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마음 속에서는 산에 쌓아 놓은 장작을 져날라야겠다면서도 몸은 그만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마침 내 지우 방웅 군이 우리집에 오겠단다. 어제그제 이틀을 우리 초등학교 동창들은 지리산엘 다녀왔는데, 그만 나는 여러 사정으로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좀 미안스런 마음에 회장인 방웅 군에게 어제 전화를 해서 통화를 막 끝낸 오늘인데 그가 우리집에 온단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다. 어디냐니까 그는 장성이란다. 그리고는 우리 아버지 좋아하시는 게 뭐냔다. 기냥 오라니 그만 화를 벌컥 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커피믹스' 했다. 득달같이 그는 그 커피믹스와 방울도마도 한 상자를 들고 들이닥쳤다. 내외가 차에서 내린다. 얼마나 그 반가운 얼굴인가!

  방웅이 안 이는 내리자부터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그저 좋단다. 뭐가 좋은고 하니 우리집.

  그들 내외를 보내고 나는 지게를 지고 나섰다. 장작을 져날라야 하니까. 두 무더기 중 하나를 다 나르고 나니 땀 범벅이다. 쉴 틈도 없이 그냥 또 한 무더기를 찾아 올라가다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안 풀숲에 용담이란 놈이 여기 저기 많이도 피어 있지를 않은가!

  눈으로만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일을 서두른다. 어서 이 장작을 다 나르고 용담이란 녀석을 맞이해야 하니 마음은 또 바쁘다. 아니 그 동안 열매를 맺은 녀석까지 있다. 부랴부랴 찰칵을 들고 나선다. 그산에 감사. 또 감사. 그 산을 나를 버리지 않았다.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반가운 선물을 한 아름 안겨준 산아 그 산아!

 

 참취란 녀석도 질세라 가을내내 피던 나머지다.

 산국 저도 지기가 싫단다.

 맥문동이란 녀석도 이제는 열매까지 달고 있다.

 이질풀 그도 쉬지 않고 피고는 지고.

 열매까지 달고 있다.

 쇠별꽃도 쉴 새 없이 피었다가는 진다.

 노란 양지꽃 하나.

 개여뀌 꽃망울이 예쁘다.

 주름잎도 봄부터 이제까지 끊이없이 지치지도 않고 피어 난다.

 흰제비꽃 하나. 정갈하다.

 붉은괭이밥

 우리집 울타리에는 지금 야생차꽃이 만발이어서 꿀벌이란 녀석들의 놀이터다.

오늘도 나는 그 산에 감사한다. 내년에는 또 무슨 꽃을 피워서 나를 즐겁게 해 줄 건지? 금년말까지 또 무슨 꽃을 살그머니 내밀 건지 부지런히 드나들어야겠다. 그 산은 나를 버리지 않고서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느니 내 마음의 고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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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8.11.02
16:26:35 (*.149.7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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