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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그제 오후 늦게 정웅이가 따르릉을 했다. 바쁘댔더니 그냥 무작정 달려왔다. 머위 꽃을 따는데 와서는 그냥 나가잔다. 부리나케 아버지 저녁 진지를 차려 드리고 따라 나섰다. 간 곳이 정기 가게. <궁전해장국집>

 

한참을 기다리니 상렬이가 와서 합석. 곱창전골을 앞에 두고 이약이약하다 보니 셋이서 소주를 세 병. 그러니까 각 일 병씩. 거기다 맥주 한 병. 그러고는 뜻밖에도 상렬이 입에서 재미있는 얘기가 튀어나왔다.

"사진 많이 찍었다며? 그 사진 몇 장만 빼 주라."

"뭐하게?"

"수채화 그리는 데 보고 그리게!"

"뜬금없이 웬 수채화?"

"아니 그게 심심해서 배우기 시작을 했거든. 장성공공도서관에서 공짜로 노인네들을 가르쳐 줘. 이제 몇 번 안 나갔어. 그런데 정기가 하는 말이 니가 사진 많이 찍는대서 옳다 이거다 했지."

"그거 재밌겠는데........"

"너도 나와라. 토요일 10시에서 12시까지. 내일이 마침 야회촬영 나가는 날이니 와라. 내가 가서 기다릴께."

"그래. 일단 내일 가볼께"

 

사연이 이렇게 되어서 장성공공도서관엘 가게 되었다. 상렬이, 정웅이는 내 초등학교 동창들이다. 정웅이는 아마도 나보다 서너 살은 많을 거고, 상렬이는 나와 동갑일 거다.

대부분이 아줌마들, 할머니들 회원이고 남자는 상렬이, 2년 선배 그렇게 둘이란다.

아침 10시. 상렬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기서 시꺼먼 남자 한 분이 들어온다. 아니?

"난 또 누구시라고, 형 아니야?"

"여기서 또 만나는구먼! 반갑네."

 

문화원 사군자팀의 명용이 형이다. 무척 반가와한다.

그렇게 해서 승용차 셋에 나누어 타고 우리는 옥과면 설산을 찾아 나섰다. 모두가 길을 몰라 우왕좌왕을 족히 30분은 했을거다. 묻고 전화하고 네비 찍고, 현장 가까이 가서도 긴가민가 하다가 무작정 수도암 표지를 보고 올라갔다. 그것도 차로. 가는 길에는 상렬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계획이라는 거다. 그런데 산길을 따라가다가 현장에 내리니 그런 불평이 모두 다 사라지고 오직 감탄만 절로절로.

 

산 벚꽃이 온통 천지를 하얗게 수놓고 있었다. 꽃비도 우수수. 나는 벚꽃 거부심리가 있어서 여기 한 장만 올린다. 다 캐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나무야 무슨 죄가 있으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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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암에 들어서니 보호수 잣나무가 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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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한봉이란 녀석들이 깃들어 있어 신기하기만 했다. 작고 참 앙징맞은 꿀벌들이다. 체구가 작아서 양봉들에게 먹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런 깊은 산속에서나 살아남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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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라기보다는 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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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는 꽃을 보느라고, 산세를 보느라고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표지석이 크기도 하다. 그 마음 그대로만 지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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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을 사랑하잔다. 내려오는 길에 눈에 들어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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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논에서는 농부가 소대신 트랙터로 논갈이에 한창이었고, 마을 이곳저곳에는 옛 토담들이 눈길을 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저런 토담을 보기가 정말 힘들다. 다 허물어져 가는 토담에서 옛 정취를 느끼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말씀이다.

 

수도암 스님께서 소개해 주신 옥과면 <광주식당>을 물어물어 어렵게도 찾아갔다. 거기서 먹은 것이 추어탕. 된장국. 된장국이 일품이란다. 하루 해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장성공공도서관에서 상렬이와 헤어지면서  그가 내게 하는 말.

"나랑 함께 수채화 배우자!"

"생각해 볼께! 나도 수채화 참 좋아했어!"

진우

2011.04.17
11:03:08
(*.178.126.156)

설산 수도암엘 갔더니............. 봄은 봄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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