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인 줄 알고 캐다가 초봄에 심었더니 입사귀를 내미는 걸 보니 아니 이건 계요등이 아닌가?
실망실망을 하다가 오늘 드디어 결행을 했다. 설기를 앞세우고 보해 뒷길엘 갔다. 그런데 모두가 철조망 안에 뿌리를 내리어 캘 수가 없는 거다.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하다가 길가에 있는 인동을 아쉬운 대로 캤다. 무려 내 개. 그리고 인동 순을 참 많이도 땄다. 효소를 담을 요량이다.
설기란 녀석을 혼자 두기 뭐해서 같이 가자고 손수레 앞에 줄을 맸더니 잘도 끌고 간다. 나는 그냥 허당으로 방향만 잡으면 되었다.
돌아와서 다듬어 인동 다섯 그루를 심었다.
데크 곁에 한 그루,
대문 옆 솟대 타고 오르라고 한 그루,
앞집 연통이 보기 싫어 가리라고 심은 뽕나무 타고 오르라고 한 그루,
정자 옆 그늘막이 뽕나무 타고 오르라고 한 그루,
뒷 뜰 담 가에 길게 한 그루
잘들 자라기 바란다.
그리고 따온 순을 다듬느라 오전이 다 갔다. 이제 씻어서 효소를 담아야 한다. 그 사이에 황선생이 다녀갔다. 오가피주 한 잔을 하고는 갔다. 뜰은 참 한가한 오후다. 설기는 개팔자대로 척 늘어져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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