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임재범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
나는 이 노래를 모른다. 어제 처음 들었다. 그것도 내가 예뻐하는 황고와 그 아들 경태가 같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아이와 아버지 그들은 부자간이다.
그들 둘의 애환을 내가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충은 짐작으로 안다. 경태는 지금 프레시맨이다. 어느 전문공과대학에 다딘다. 금요일까지 매일 8시간씩 공부를 한단다. 그래서 한 학기 학점이 36학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이 116학점이란다. 4학기에 마쳐야 하니 거의 주당 40시간을 공부해야 한단다.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한다. 그리고는 토요일 일요일에는 제 아버지 황고와 교대를 해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거든다. 참 착한 아들이다. 말수도 없다. 그는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할 뿐이다. 그렇기도 할 것이다. 나이 차이가 한 50년을 될 테니.........
그런 경태가 제 아버지 술 취했다고 차를 운전하러 와서는 저렇게 노래방까지 따라와 둘이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다. 마음이 짠하다.
황고는 밤에 일이 일찍 끝났다고 어제 제 색시와 우리집에 왔다가 가더니, 오늘은 포장마차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나를 데리러 온 거다. 갔더니 그곳에는 황고의 벗 구인회라는 친구가 있었다. 기갑장교 출신으로 지금도 상무대 기갑학교에 강의를 한단다.
연탄불에 돼지껍데기를 굽는 손이 그이 손이다. 그는 술을 한 잔도 못한단다. 안주를 참 열심히도 굽는다.
먹음직스럽지 않은가? 한쪽에는 전복도 두 개가 보인다. 하나는 내가 먹은 기억이 새롭다. 얼근하게 취기가 오른 황고가 조르기 시작한다. 노래방에 가잔다. 난 싫다. 난 싫다. 난 싫다. 그래도 막무가내댜. 그래서 나는 노래 안 시키는 걸로 약속을 하고는 2층 노래방엘 가서 들은 노래가 바로 부자가 부른 그 노래다.
내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이는 광경인데 그들의 속내는 어떨까? 아마도 황고는 흐뭇할 거고, 경태는 즐겁기까지는 아니 할 거다. 마지못해 제 아버지를 따라다닐 확률이 높기는 하다. 그래도 참 좋아보인다. 둘이서 같은 노래를........... 아직은 젊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사족 하나. 저녁에 걱정할까 봐 내 색시에게 전화를 했다가 노래방에 갔다고 비난만 받았다. 그게 언제적 이야기라고 지금도 기억하고 가끔 섭섭해하는 걸 보면 참 많이도 야속했던 모양이다. 처형이 암수술을 하고는 우리집에 왔을 때 노래방에 가자는 걸 내가 거절을 해서 처형 내외와 내 색시만 갔다온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게 노래방을 싫어하던 내가 황고랑 노래방에 갔다니까 열 받은 거다. 혼나도, 그래도 싸다. 그래도 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