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에서 내려오자마자 활빈당님의 초대를 받았다. 낼 10시까지 농장으로 오라신다. 백양더부살이와 큰꽃으아리를 보러 가자신다. 나야 두 말할 것도 없이 불감청이언정고소원.
아버지께는 죄송했지만, 오자마자 또 나들이니 그럴 수밖에,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고. 그래도 얼굴에 철가면을 덮어쓰고는,
"아버지 저 나갔다 오겠습니다."
우리 아버지 늘상 하시는 '오냐' 소리를 듣고 불이나케 출발.
농장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하우스 주변을 서성이며 온갖 꽃들을 들여다본다. 그동안 오지 않은 새에 많이도 달라지고 꽃들이 생기에 차 있다. 노루귀를 많이도 싻 틔워 놓으셨다. 부회장님은 부지런도 하셔! 오래지 않아 부회장님 도착.
차를 타고 출발. 가다가 보니 길 곁에 어떤 이 둘이 땅 속 바위에서 호미로 흙을 긁어내고 있는데 거기에 차를 들이대는 활빈당님. 웬일이냐는 듯이 내가 시선을 보내니 이곳이 그 겨울이 다가는 시점에 의아리를 구제하러 가자던 곳이란다. 그리고 이곳은 길이 날 곳이고. 그래서 그 어떤 이 둘이 바위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란다. 마치 옛 사람들의 주거지를 탐사하느라고 고고학자들이 땅 속을 조심조심 다루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내말,
"이곳에 뭐가 있어요?"
"도로 밑으로 낼 수로에 바위가 있어서 그 모양을 알아야 공사를 계속할 수 있어요. 그래서 흙을 다 긁어 내는 겁니다. 사진을 찍어서 보고해야 하거든요. 그냥 깨내야 할지, 폭파를 해야 할지를 결정을 하려면요."
궁금증을 풀자 우리는 본래의 목적으로 되돌아간다. 큰꽃으아리를 찾으니 딱 한 송이 피어 있다.
우리 부회장님 어디로 가시나 말씀도 없이 그저 차를 몰기만 하신다. 차가 가는 방향을 대충 보니 이건 정읍을 우회하고 있더니 한참 후에 우리를 어떤 낯선 뚝에 내려놓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여그가 우리 아지트요." 곁에는 원두막 같은 게 하나 텅 비어 있었다.
뚝 위에는 벌써 다른 이 둘이 뭔가를 찍고 있었다.
가리키는 곳에 눈을 따라 보내니, 그곳에 요상한 꽃(?)이 보인다. 그게 보랏빛 백양더부살이란다. 왜 백양이 붙었는지는 모른다. 왜? 안 물어봤으니 대답을 안 해 주셨고, 그러니 모르지. 더부살이는 쑥과 함께 쑥이 있는 곳에만 더불어 살기에 더부살이란다. 어쨋든 찰칵은 해야지 하고는 삼각대를 들고 털석 주저앉았다. 그래서 남은 두 컷의 사진.
백양더부살이
보랏빛 꽃잎에다 올올이 담은 염원
한 움큼 쑥더미랑 이 봄을 놀고파서
더불어 뿌리 맞대고 하늘 향해 웃었나
그곳에는 꽃과 나비도 있었다.
달팽이 저도 풀섶에서 한 자리 끼잔다.
너무 늦어 더부살이가 다 시들어 가는 참이라 부회장님 영 양에 안 차시나 보다. 차를 타시고도 둑의 여기저기를 살피시며 그것도 모자라 우리에게까지 확인하신다.
"저거 아까 우리가 봤던 거지요?"
"예"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 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말씀도 아니 하신다. 그저 우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분 머리 속에 다 일정이 들어 있는 줄 안다. 요리 돌고, 조리 돌고를 한참 한 후에 차에서 내리고 보니 '내장산조각공원'이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기로 하자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들풀. 이게 금창초를 닮았다니까, 하시는 대답.
"특히 붉은 색깔이어서 이게 바로 내장금창촙니다."
분홍색 내장 금창초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꽃이 많기도 하다.
이건 해당화
금낭화
이건 붓꽃
수련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서 따다주시던 그 어름을 익힐 그 어름꽃. 그 시절에 그 어름이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아저지의 사랑까지 담겼으니 아니 달고 어쩌리.
어름꽃
좀씀바귀가 지천이다
숲속으로 돌아드니 그곳에는 하얀천사가 자리잡고 있어 우리를 반기는 듯 향을 품고 있다. 이름하여 찔래꽃
패랭이란 녀석이 군락을 이루고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곳의 패랭이가 다 피면 말 그대로 장관이겠다. 그래서 패랭이 한 송이를 목욕시키기로 하고는 찰칵 한 컷.
목욕한 패랭이꽃
또 한 곳에 이르니 할미꽃 군락이다. 이제는 다 지고 포자만이 할머니 머리처럼 하얗게 공중으로 비상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할미꽃 포자
이거 저거 보는 꽃들이 자생종인지 외래종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게 수두룩하다. 그걸 분간할 능력이 없으니 공부를 해도 한참 많이 해야겠다. 공원을 떠나 차가 가는 길에 내장산 주거리가 있다. 점심을 먹고 가자신다. 모두가 전주비빔밥집이다. 거의 모두가 원조전주비빔밥집이고 한 곳만 시골전주비빔밥집이라니.......... 아무리 상술이라지만..... 어쨋든 먹기는 해야 하니 한 곳에 들어가 돌솥비빔밥을 맛있게 먹고는 꾸물거리다 그만 부회장님께 선수를 앗기고 말았다. 마음으로 죄송, 입으로는 잘 먹었습니다. 감사.
돌아오는 길. 이곳은 순창. 벌써 모내기를 마친 논이 많다. 고도가 110미터나 장성보다 높아서 일찍 심고는 추석전에 가을걷이를 한단다. 내려오면서 귀가 멍멍하다는 회원 한 사람이 있어 곶감을 주신 감사의 답으로 풀이(?)를 해 준다.
"왜 귀가 멍멍한 줄 알아요?"
"왜요?"
"그거 곶감을 너무 많이 먹으면 그래요."
"저 세 개밖에 안 먹었어요."
"많이 먹었네요. 원시인들은 셈을 할 때, 하나, 둘, 많다 그랬습니다. 그러니 많이 먹은 거지요. 귀가 멍멍한 게 그래서 그래요."
부회장님 씩 웃으시며 한 마디 거드신다.
"맞구먼요."
길가에 큰꽃으아리가 여기 저기 피어 있다.
길가에 아직은 덜 핀 큰꽃으아리가 우리를 반긴다
성산에 있는 공원 곁을 지나오면서 부회장님 말씀하시던 철조망에 큰꽃으아리가 여러 송이 하얗게 붙어 있는 걸 확인하면서 역시 눈이 보배야 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오늘도 비얌이 안 보여서 더 행복. 활빈당님께 거듭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