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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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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즉슨 이렇게 시작된 거다. 지난 1월 20일 듀리언 님이랑, 두령이시고 활빈당이신 부회장님 그리고 성함은 모르겠지만 나이 많으신 형님 두 분을 모시고 우리는 대전면 한재에서 출발해서 병풍산엘 그 겨울에 다녀왔다. 눈발도 날리고 전날 밤에 내린 싸라기 눈이 산행 길 여기저기에 희끗희끗 남아서 약간 미끄러운 산길이었다. 그때 기억이, 보고잪은 야생화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온통 갈색 죽음 아니 잠든 산이었다. 오죽했으면 야생화라고 우기면서 까만 쥐똥나무 열매를 사진으로 올렸겠는가! 그래서 그때 ‘병풍산등정기’ 끝에 두령님 농장에 잘 지내고 있는 저 이상한 삼각관계 부부를 야그거리로 삼았었다. 그게 오늘 이렇게 요란스런 월성계곡 나들이가 될 줄이야.

그랬더니 두령님 득달같이 ‘일대일대화하기’신청을 해 오셨다. 두령님 왈, 몇 분이나 모이실까요? 그때 마침 꽃잔디님께서 로그인 상태. 의사를 타진했더니 2시를 확인하시면서 꼭 참석하시겠다 해서 두령님께 전달. 그럼 연락들 해 보지요 하고는 우리 모두 로그아웃. 그리고는 아침까지 감감무소식이더니, 한 9시쯤 돌쇠님 전화. 한시 반까지 내집으로 오시겠단다. 오케이.

 

한참 후에야 두령님 전화. 12시로 앞당기면 어떠냐신다. 나는 그 시간에 안 되니 먼저들 하시라고 했더니 그럼 한 시면 되겠냐신다. 내 머리 속에서 잔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 누구에겐가 배운 거기는 하지만, 어쨌든 필암서원에서 중용공부하고 어르신들 글씨 쓰시는 거 좀 도와드리고 나면 열두 시니까 한 시는 되겠다 싶다. 오케이. 듀리언님과 공부를 하면서도, 글씨 쓰시는 거 도와드리면서도 마음은 조급하다. 그런데 그때 돌쇠님 전화. 지금 읍에 와 있단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11시 반. 열두시 반까지 우리집에서 보자고 전언.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어르신들의 글씨 쓰시던 뒤치다꺼리를 다 못 보고 실례해야 했다. 마음은 급하다. 아버지 잡수실 거 좀 챙겨드리고 가야니까. 수박을 꺼내어 자르는 손이 바쁘다. 돌쇠님 그 큰 키로 꺼꾸정하고 엉성성 대문을 밀고 들어선다. 마음은 또 급하다. 그래도 두령님 가져다 놓으셨던 조롱박 모종은 잊지 않고 챙긴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신통하다. 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야근 몇 줄 뒤에 적기로 하고. 아버지께 다녀오겠습니다 보고드리고 돌쇠님을 재촉하며 출발. 몇 발자국 못가서 다시 돌아서야 했다. 가져가기로 한 누룽지 동동주를 챙기러. 그게 그렇게 쉽게 생각난 건 거의 기적 수준. 두 번째 아 그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또 이 야그 몇 줄 뒤에 적기로 하고. 사진 가방 챙기고 조롱박 모종 챙기고 동동주 챙기고, 이제 사람을 챙길 차례다. 한사코 뒤로 빼는 듀리언님을 데리러.

 

12시 넘었다고 밥 먹고 가잔다. 이 밥이 또 문제였다. 이것도 몇 줄 뒤에 곳곳에서 적기로 하고. 얼굴을 내민 듀리언님, 돌쇠님을 보자마자, 출발하자는 말을 듣고도 왈. “들어와 소주 한 잔만 하고 가세.” 하신다. 이 말에 우리 돌쇠님 감격, 또 감격하신 모양이다. 이건 월성계곡에 도착해서 적기로 하고.

 

의당 차를 가져왔겠거니 하고 돌쇠님께, “차 어디 두었는가?” 했더니 택시 타고 왔단다. 순간, 나 “뻥”. 이제 또 잔머리 굴릴 차례다. 내가 차를 가져가면 소주 한 잔도 못한다. 그러니 듀리언님 보고 차를 가져가자고 해야지다. 그리고 주저없이 밀어부친다. 듀리언 님 어이가 없으신가 보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모른는 척한다. 잔머리가 통해서 마을 어귀에 세워 둔 듀리언님 차로 출발. 그런데 그 동안 운전 솜씨가 많이 늘었다. 차 안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백미러 붙여놓은 것이 녹아 뚝 하고 떨어지고 만다.

 

차가 월산동을 돌아나올 때쯤. 아차! 그럼 그렇지. 여기가 바로 몇 줄 뒤 적기로 한 곳이다. 아차! 그럼 그렇지의 내용이 뭘까요? 그게 그러니까 손전화를 놓고 나왔지 뭡니까? 오늘은 등기 올 일 하나, 혹시 택배 받을 일 하나. 그러니 손전화가 꼭 있어야 하는 날이다. 돌아가자고 말할까 말까 하고 잔머리를 굴리다가 듀리언님의 표정을 훔쳐보고는 포기하고 만다. 지금도 늦었다고 궁시렁거리고 있는데…… 거기다 손전화 가지러 돌아가자고? 에이 안 되지비. 포기하기를 참 잘했지 뭐. 핀잔 안 받아서 좋고, 나중 얘기지만 밋션 안 해도 될 핑계까지 생겼으니께. 손전화 안 가져와서 미션 못한다는데야 어쩌겠는가! 덕분에 난 빠진다. 이 야그 또 몇 줄 뒤에 적기로.

 

손전화 안 가져온 건 싹 잊어버리기로 작정하고. 차는 간다, 감나무 농장으로. 12시 51분. 내 말, 1시까지니께 충분히 가겠네. 말 떨어지자마자 그때 따르릉 부회장님 확인 전화. 돌쇠님 다 와 갑니다. 그때 내 눈에 감나무농장 비닐하우스가 들어온다. 내 말, 비닐하우스 보이네. 돌쇠님 그대로 손전화에 옮기신다. 형 비닐하우스 보인대. 그런데 웬걸, 도착해 보니 감나무농장 입구에 서 있는 그 큰 당산나무 아래에는 여자 분들만 눈에 들어오고 두령님을 없다. 이상하다. 내 생각에는 그 시간에 감나무농장 안에서 한참 점심을 먹고 있어야는데, 그게 아니다. 두령님도 없고 먹을 준비도 아직 없다. 웬일일까 싶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제부터 이동을 할 거란다. 어디로? 물가로. 우리 모두 이구동성으로 여기 당산나무 아래 그늘 있고 시원하고 좋은데 어디를 간다고? 그러고 한참을 기다려도 두령님 소식은 없다. 그 사이 나는 챙겨온 조롱박 모종을 통째로 전달하고는 나는 눈치만 살핀다. 어떻게 된 거냐고? 이때부터 점심 안 먹고 출발했다고 듀리언님의 구박이 시작된다. 내가 먹고 가자는 것을 거기 가면 금방 점심 먹을 건데 기냥 가자고 했거든. 그때 구세주 등장. 싸온 떡을 꺼내 놓으신 분 누구였을까 내가 모르니까 “손드세요.“ 할 수밖에. 아무도 손을 안 든다. 왜 지금 이 시간에 한 말에 지금 손들 사람이 있을 리 없잖은가! 결국 구세주가 누군지는 모른다는 야그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듀리언님의 구박은 거기서 일단 주춤. 일단이라고 한 것은 다 까닭이 있어서다. 그건 차차 알게 될 거고.

 

그런데 그 떡이 가래떡과 흰떡, 쑥떡 그리고 인절미까지. 모두 배가 고팠으니 맛있을 수밖에. 그중 그래도 인절미 최고. 가래떡은 짜기가 소태 수준. 그러고 있는데 그때서야 두령님 차 등장. 두령님 왈. 하나 둘 셋 넷 ……  아홉. 어느새 다 세셨나 보다. 세 사람이 한 마리씩 뜯으면 되겠네다. 아! 그 튼실한 사진 속의 토종 가족이 그만 우리네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모양이다. 아! 이를 어쩌나. 이것도 살생이라고 할 텐데. 여기서 그 가족을 위해 잠깐 묵념.


哭 토종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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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아 닭아 토종닭아 그 멋진 모습들은

어디에 두고서는 흔적도 지웠느뇨

세월이 그대를 죽여 어린 중생 공양을


네 한 몸 죽여서는 이 아홉 백양인을

굶주려 허기진 몸 너나도 허겁지겁

한일랑 접어 두고서 고이고이 잠드소


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 물가 계곡으로. 그런데 어찌 가는 길이 이상하다. 뒤로 가는 게 심상찮다. 어디로 사는 갤로퍼일까? 꽁무니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우리는 말이 많다. 이 길이 그 길 맞느냐는 둥, 나무 앙상한 겨울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는 둥. 내가 좀 아는 체. 아! 거기로 가는 모양입니다. 담양길로 들어서는 삼거리에서, 그런데 따라가 보니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다리 밑은 기냥 통과하고 만다. 그럼 나도 모른다. 한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니 그곳이 바로 월성계곡이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까치수염도 보고 이제는 져가는 자귀도 보며 한 컷 찰칵. 이걸로 술담아서 합환주 하면 부부금슬이 최고란다.   

  

   

시간은 벌써 두시를 넘기는데 우리 먹이는 깜깜소식이다. 아니 이제야 솥에 들어가고 있다. 난 증말 큰일 났다. 듀리언님이 무섭다. 이제 저 지경이니 어느 천 년에 굶주린 배를 채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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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리언님 왈, 그거 봐요. 밥을 먹고 오자니까, 기냥 오자더니 점심 굶게 생겼잖아요. 그러면서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잎새주병과 종이잔을 들고 설치신다. 참 시원하다며 돌아가며 한 잔씩 권해 댄다. 나는 지은 죄가 있는지라 면구스러 거절하지도 못하고 한 잔 받아 마신다. 내가 잴 못 마시는 소주. 이건 비밀인데 나 소주 거부반응 있거덩요. 그래서 맥주를 타서 마시는 건데…… 남들은 모르실 거야.

개울가로 내려가 차양 안으로 들어가니 그야말로 시원한 천국. 물로 있고 폭포도 있고 자갈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바위도 있고 가재도 있고 토하도 있고 …… 우리 모두는 그 동안의 맴 속에 묻어둔 불평(?)을 다 녹이고 만다. 그 당산 나무 밑을 고집했더라면 클날 뻔하지 않았는가! 그 폭포, 그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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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분위기 쥑이고 물이 쥑이고 자연이 우릴 쥑이는데 그놈의 음식 가스렌지가 말썽이다. 막혔는지 불이 영 말이 아니다. 두령님 왈, 공기, 공기가 적어서라시며 만지시지만 별무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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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그 속 터져. 나는 또 얼른 듀리언님의 눈치를 살핀다. 내 고난은 아직도 멀었으니…… 그거 봐요. 형 점심 먹고 오자니까. 나는 묵묵부답. 난 30년 동안 처음으로 점심을 굶었다니까. 난 유구무언. 그래서 나는 모르는 척하며 돌을 골라 솥 아래 고여본다. 혹시나 불이 세질까 하고. 듀리언님과 힘을 합해 솥 아래 돌을 네 개나 고여 보지만 영 신통찮다. 돌쇠님 그때 한 마디. 그 바쁜 중에도 듀리언님 댁에 갔더니 들어와 소주 한 잔 하고 가라시는 그 여유. 증말 멋쟁이십니다 하고는 그저 감탄. 곁에 있었던 나도 덩달아 감탄. 또 감탄.

 

꽃순이 이영순님이 갑자기 미션을 하잔다. 내말, 나는 손전화 없는디 했더니, (원시인)하고는 같이 안 논단다. 원시인은 내가 보충해 넣은 말이고. 어쨌든 나는 손전화를 아니 가지고 와서 기냥 면제다.


발신 : 여보, 사랑해!


수신은 가지가지다. 그게 미션이다. 남편의 답신이 문제인 거다.

이제 게임이다. 무슨 게임인고 하니 주인공을 찾아 선으로 잇기다. 건망증인지라 금방 다 잊어버려서 창작수준이니 댓글로 수정 부탁함.


꽃잔디          뭔소리여 더워 죽겠구만, 나도 사랑해

뽀깨            그래 나도 사랑해. 재밌게 놀다와.

마님            너 미쳤니?

꽃순이          더위 먹었냐?    

크로바          어디 아픈겨? 당신 괜찮아?


내 대답. 내 색시의 그 미션 답은 뻔해요. '나도'랬더니 다 의아해 한다. 사실이 그럴 거다. 이 글을 내 색시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거다. 맞다고.


아 참 소개를 잊었다. 이곳 천담의 주인이신 그야말로 자연인 한 분. 온통 얼굴이 수염과 머리다. 거기에 모자까지 쓰셨다. 그 자연인께서 언제나 먹을 수 있냐니까 하시는 말씀. 앞으로도 한 시간을 더 있어야 먹을 수 있단다. 그 말씀에 듀리언님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거 봐요. 형 배고파 죽갔구만. 옆에서 보기 딱했던지 회원 한 분이 라면을 우선 먹자고 제안하신다. 그 회원님 차에는 모든 게 다 있다신다. 그리고 댓걸음에 가서 가져오신다. 드디어 라면은 끓고, 너도 나도 라면 삼매경에 빠져드는데, 나만 속으로 중얼거린다. 조금만 참으면 저 맛있는 요리가 있는데, 그 맛없는 라면을 왜 먹는담? 왜 속으로냐고요? 듀리언님이 무서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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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약삼계탕이 익었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공기 구멍을 내가 열어 더운 증기를 빼렸더니 그만 안에 있던 국물이 튀어나온다. 얼른 닫으니, 주인이신 자연인께서 솥을 물에 넣어 식히라신다. 아! 마침내 삼계탕이로다. 그것도 토종삼계탕. 그 아니 먹음직스러운가! 그 토종닭 삼형제에게 또 묵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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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먹자판이다.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우리 모두 고픈 배를 달래기 바쁘다. 그런데 토종닭이 질기기 그지 없었는데도 모두가 불평 한 마디 없다. 질긴 이유 하나, 묵은 닭이니까. 이유 둘, 먹기 급해서 너무 빨리 뚜껑을 열었기에. 한 두어 시간 더 고아서 흐물흐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데 …… 우쨌든 잘 먹고 잘 마시고, 수박 후식까지 푸짐하게 시원하게 먹고는 귀농장 준비. 그런데 그 식탁 뒷처리를 젤 잘한 이가 크로바님. 공주과라고 오늘 내내 놀림을 받았는데 웬걸 모두 먹고 나니 무척도 민첩하게 남들 젤 싫어하는 뒷처리를 척척 해낸다. 그래서 우리 모두 공주과를 면제해 주기로 만장일치. 크로바로 복귀 명령.

 

나는 주인장께 부탁해서 자귀꽃을 따서는 갈무리 잘 하고는 출발. 오는 길에 돌쇠님, 술을 부어야 하는데 술이 없대니까 수퍼에 들어가 패드병 세 개를 사오신다. 또 횡재. 그리고는 그들이 누구라고 그냥 헤어지겠는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는 있어도 그들이 노래방을 비켜간다? 어림없는 말씀. 그 노래방을 거쳐 돌쇠님과 나 듀리언님 셋이서 또 듀리언님 댁에서 일 잔. 그렇게 하루의 토종닭 영결식은 막을 내린다. 모두가 즐거운 자연속의 하루였기를 …… 우리 부회장 두령님께 감사 백만 번 올립니다. 만수무강하소서.

 

이 어른이 개구쟁이들을 어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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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에 먹는 광경 사진을 장성에 두고 가져오지를 못해서 나중에 보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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