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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아침을 마치고 모처럼 내 방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며 어제 밤에 하다만 <그리움>을 재교정하고 있는데 밖에서 누가 부른다. 나가 보니 종재 인식 군이 와 있다. 우리 마을 안골에 가잔다. 하던 일을 마저 하고 싶어 주저하다가 중식 군과 다녀오라고 하고 돌아서려니 뭔가가 빠진 듯 허전하다. 마음을 돌려먹고는 기다리라고 하고 대충 정리하고 사진기와 삼각대를 들고 따라나섰다. 뭔가 찰칵할 거리가 있으려니 하는 막연한 기대.

덜컹거리며 산길을 올라가니 우리의 그 아지트에는 벌써 아랫마을 사람들이 대여섯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곳에는 간이 물레방아도 있어 잘 돌아가고 있다. 방아찧는 시늉까지 만들어져 있다. 새끼방아가 쿵 찧는 그 밑에서 스텐레스 사발을 엎어놓아 제법 쿵하는 소리까지 연출하도록 누군가 배려해 놓은 것이 깜직하다.

주위를 둘러보며 나는 찰칵감을 찾는다. 이미 5월이어서 눈에 확 들어오는 꽃은 없다. 다만 땅싸리꽃만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하는 기대로 숲을 더듬어가니 작은 흰꽃들이 몇 가지 보인다. 감지덕지.

국수나무

장대나물

jangdae.jpg

점나도나물?

쇠별꽃

아무리 뒤져봐야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 아예 포기하고 아우들과 둘러앉아 소주에 생선회를 안주 삼아 잔을 기울인다. 참나무가 온통 뒤덮은 숲속에 앉아서 잔을 기울이는 맛도 여간 상쾌한 게 아니다. 일식집의 주인이면서 주방장인 인식 군의 솜씨로 회를 발라왔으니 그 솜씨에 삼십 년의 연륜이 묻어 있어 그 맛이 한결 맛깔스럽다. 곁에서는 산골 개울물이 졸졸거리고 물레방아는 돌면서 쿵쿵 방아를 찧어 쌓고........

산중의 진미 이만하면 더 뭘 바라리!

숲속에서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는다. 공기가 맑아서이리라. 인식 군이 갑자기 전화를 받고 내려가잔다. 은행나무 그루터기를 오늘 손질하기로 했단다. 차를 타고 내려와 보해소주 공장 정문 앞에 이르니, 그곳에 은행나무 뿌리가 둘 포크레인의 시달림을 받고 있었다. 그 그키가 우람하다 할 정도로 커서 포크레인이 뿌리 사이에 박힌 흙을 털어내느라 안깐힘을 쓰는 광경. 한참을 드려다보던 난 관심이 당연히 다른 데로 옮겨갈 수밖에. 혹시나 이곳에 별난 찰칵감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던 내 눈이 잡아낸 것 신통치 않다.

3

감꽃

개구리발톱 열매

무우꽃

그곳에는 그 형태조차 비슷한 스라브집 세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그 중에 한 집엘 기웃거리니 아니 내 초등학교 동창이 전정가위를 들고 뭘 자르고 있지 않은가. 담장 너머에는 빨간 석류가 이제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내 초등학교 동창집에 핀 석류꽃

석류꽃

저 붉은 꽃잎 속에 들어와 오손도손

달콤한 향긋 내음 벌꿀을 불러모아

이 여름 지나고 나면 촘촘 쌓일 옥보석

또 뭐가 없을까 하고 이리저리 발길을 돌린다. 요즘은 아무 쓸모가 없어져 버린 대나무 숲이 눈에 들어온다. 행여나 하고 다가가니 여기 저기 벌써 죽순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이건 작난이 아니다. 왕대죽순이 아닌가! 언제 솟았는지 벌써 키가 다 자라버린 죽순 아니 이제는 대나무가 되어 버린 것도 있다.

고급요리감 죽순

별무소득. 시들해져 집에 돌아오니 우리집 마당에 깔린 어성초가 나를 위로차 반긴다. 하여 한 컷 찰칵.

어성초

얼마나 지나야 이 야생화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릴 수 있게 될른지 원? 작은 풀꽃일수록 그게 그거 같아 구별이 안 간다. 얼마나 공부했다고 욕심을 부리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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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
등록일 :
2008.07.10
17:28:54 (*.149.7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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