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례헌 방문 완전 환영 %
Skip to content

문례헌

짤짤거리며 돌아다니느라고 게으름을 피우다 어제서야 그동안 잘라 놨던 니끼다(무지 큰 게 세 그루)를 자르고 쪼개는 일을 시작했더니 이건 작난이 아니다. 땀은 땀대로 나지. 힘은 힘대로 들지. 가소린톱은 열받았다고 쉬자고 하지. 나무란 놈은 너무 오래 방치했다고 반항하지.(마르면 잘 쪼개지지를 않는다) 허리는 점점 아파 오지. 이거 죽을 맛이었다. 그런다고 하던 일을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다. 연만하신 아버지께서 은근히 독촉이시다. 마르면 은행나무는 더 안 쪼개진다고 넌지시 힌트를 주시는 게 어서 다 하란 말씀이시다.

가소린톱, 너는 쉬라고 장작을 뽀개고 있는데 이건 힘이 보통 드는 게 아니다. 그 니끼다란 녀석의 반항이 여간 아니다. 쐐기 두 개를 때려박고, 도끼를 하나 또 때려박아도 반항이다. 어휴 이걸, 생각 같아서는 집어던지고 싶은데......... 겨우겨우 한 20토막을 작살(?)내고 쉰다. 막걸리도 한 잔 하고. 가소린톱이란 녁석은 그동안 쉬었을 테니 이제 크고 작은 스물댓 그루의 은행나무를 잘라야 한다. 잘라서 큰 것은 도끼질하고 작은 것은 그대로 장작 더미를 둘 만들었다. 아니 니끼다까지 셋을 만들었다.

잠깐 쉬고.

저쪽에 산에서 내리팽개친 밤나무 도막들. 이것도 장작더미로 쌓는다. 이것도 도끼질을 해야 할 물건들 열댓 개 팽개쳐 놓는다. 하지만 내 힘이 고갈이다. 일찍암치 단념. 그게 또 풀숲에서 며칠을 아우성일 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죽겠는 걸.

들어와보니 네 시. 열시부터 일한 거니까 여섯 시간을 한 셈이다. 씻고 퍼지니 여섯 시가 넘어 있다. 아버지 진지 드시는 시간이 여섯신데, 삼십 분이나 초과다. 부랴부랴 저녁진지 챙기고 방에 들어와 <꽃들의 향연>을 최종교정하다 보니, 아 글쎄 12시 58분이 아닌가. 아, 이제 그만 자야겠다. 자리에 드니 콜콜 잘도 자겠다.

아침에 새소리. 벌써 여섯시가 넘었다. 아침 먹은 시간을 최대로 늦추어 잡는다. 7시반에 세수하고는 반에 밥 먹고, <아름다운시절> 보고. 또 피시 앞. 어제 다 못한 시디 디자인 마무리 해야 한다. 마치고 나니 열시 반.

오늘은 장작, 돌아보기도 싫다. 그래서 사진기 들고 장화 신고 그 산을 뒤지기로 한다. 오늘은 역으로 서에서 동으로 더듬는다. 그곳에 갔더니 큰꽃으아리는 벌써 져가고 있다. 꽃싸리가 지천이다. 애기나리야말로 말 그대로 지천이다. 어디 새로운 꽃 없을까 하고 내 눈이 반짝인다.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꽃, 아마 벌깨덩쿨일 거다. 제1착. 반갑다.

그리고는 모르는 친구들이 인사를 하는데 미안키 짝이 없다. 미안하다.

골무꽃

beolgai.jpg

털장대

teoljangdai.jpg

 

노린재나무

norinjai.jpg

국수나무

kugsunamu.jpg

7 이녀석도 참마리 같고?

chammari.jpg

쇠별꽃

8.jpg

 

올라가니 여기 저기 간혹 하늘말나리가 보인다. 안녕! 인사 나누고.

하늘말나리

haneulmalnari.jpg

이건 그야말로 대박이다. 한 쪽 켠에 이 녀석이 숨어 있지를 않는가! 왕둥둘레가 몇 그루 모여서 떠들다가 이제는 지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무지무지 미안하다.

왕둘굴레

oangdunggeulrai.jpg

이건 더 미안하다. 꼭꼭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 녀석이 수줍어한다. 내가 게을러서 존재를 몰랐으니 저 녀석 되게 골랐을 거다. 그 이름 용둘굴레. 반갑다.

용둥굴레

yongdunggeula]rai.jpg

찔레란 녀석이 요사스럽게 웃고 있다.

gilrai2.jpg

참마리? 맞을꼬야.

9.jpg

 

개구리발톱이 이제는 거의 지고 씨앗마저 다 털고 있는 모양이 지천이다.

gaiguribaltob.jpg

금난초란 녀석이 지난 번에는 멍울져 두 그루 보여 주더니 이제는 활짝 핀 녀석, 다 피우고 져 가는 녀석, 이제 망울지는 녀석, 그렇게 나를 반기고 있었다.

geumnancho.jpg

반하란 놈도 풀숲에 숨어서 고개를 쳐든다.

반하

풀숲에 옹크리고 겸손을 떨다가는

가만히 싻 내밀어 초여름 고요 속에

크낙새 따다 따다닥 반하란 놈 화들짝

banha.jpg

백선이 군데군데 보인다. 기중 화려한 꽃이다.

baigseun.jpg

큰 나무 숲속에는 이렇다 할 꽃이 없다. 햇빛이 잡목 사이를 뚫고 들어가 인사하는 곳이면 어디고 꽃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그들은 서로 비켜 가면서 잘들 자라나 보다. 우리 인생사도 그럴까? 멀리 나들이가는 것만이 탐사가 아닌 줄 이제 알겠다. 수시로 때때로 그들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것이 진정 야생화에 대한 사랑이리라.

게으른 자 그 누구도 그들의 반가운 인사를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하리라. 오늘도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감사.

사진들의 초점이 영 그렇다. 편집에서 자동으로 명암조정에 놓았더니 그런가 보다. 변명 같은데....... 실력이 고거믄서, 괜히.

List of Articles

이 홈피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57216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구산제길 78-2 070-4203-3358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