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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례헌

두 해를 벼르다가 벼르다가 드디어 산행에 동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달에는 설마 자리가 있겠거니 하고 안심하다가 '마감' 댓글을 보고는 완전 실망. 그대로 하향하고 말았다. 장성 시골에 사는 까닭에, 한 달에 한 번이나 상경하는 까닭에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가 없어 애가 탔다. 그러다가 요번에 드뎌 그 기회를 잡은 것. 열 일 젖혀 놓고 제까닥 송금하고는 기다렸다. 행여나 또 '마감' 하고 댓글이 나를 멀리 할까 봐서다. 시골에서부터 카메라 가방을 메고 등산복 차림으로 올라온 나를 보고 내 아내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게 그러니까 야생화 탐사 한 번 따라가 볼려구요.

그렇게 해서 준비를 마치고는 31일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초등학교 때 소풍날을 기다리던 그 심정.

드뎌 31일 아침 9시 10분. 집을 나선다. 뒤에서 아내가 잘, 재미있게 다녀오란다. 전철을 타고는 느긋하게 기다린다. 10시에 성내역에 내리니 어떤 이들이 1번 출구 밖에 등산복 차림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그래서 반가운 나머지,

혹시 야생화팀 아니세요? 하고 물었다. 아니란다. 겸연쩍다. 돌아서서 두리번거려도 그럴 듯한 모습이 안 보인다. 1번 출구 북쪽에도 주차장이 크게 있었다. 그동안 나는 맨날 남쪽 주차장만을 이용한 까닭에 그곳에 그렇게 넓은 주차장이 있는 줄을 몰랐다. 시간이 일러서일까?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니 옛 5층짜리 아파트에는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격세지감. 그 곁에 산수유란 놈이 한 그루 노랗게 피어 있어 반가운 김에 다가서서 보고 있으려니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본다.

한참을 기다려서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별다른 인사도 못하고 차량배정을 받아 승차.  그린키님 시경님 서오님 파란님 해피마담님, 야사모님 파란님 태극님 자유인님 그리고 나 이렇게 열 분이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타고 10시에 출발. 행선지도 잘 모른다. 그저 앞차를 따라갈 뿐이다. 아마도 천마산이겠지다. 88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한참을 가다가 드디어 목적지가 드러난다. 앞에 운전하시는 태극님과 그린님께서 벌써 전문가들이시어서 귀에 들어오는 말씀들이 낯설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연꽃 이야기, 풍경사진으로 돈이 되는 사진 찍는 곳 이야기, 홍릉수목원 이야기 모두가 신선하다. ㅊ산 계곡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야생화 천국이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녀석이 앉은부채다. 꽃도 선명하게 양광에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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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들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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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켠에는 보라색 제비꽃이 밤송이를 벗삼아 빙긋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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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쟁이냉이가 이제 막 대공 속에서 꽃망울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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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꽃도 빨갛게 미소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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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건너 바위 틈새에는 산괭이눈이 똬리를 틀고 앉았고(이건 파노라마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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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줄기괭이눈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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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개울웅덩이에는 개구리란 녀석이 자손을 늘리겠다고 저렇게 무늬를 그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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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복초가 고고하게도 머리를 내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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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괘이밥도 뭐가 그리도 바쁜지 잎사귀는 제쳐두고는 꽃부터 나와 인사를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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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괭이밥

낙엽 속 밀고나온 보랗빛 대공이여
겨우내 갈무리한
애틋한 속마음을
오신 님 맞으러 나와 저다지도 방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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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켠에는 노랗게 앉은부채란 녀석이 묘하게도 변색(?)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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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꿩의바람꽃이 인사를 하고는 있는데, 아직은 시간이 일러 볕이 모라라나 보다. 아마도 저 녀석은 두세 시나 되어야 활짝 웃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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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바람꽃이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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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산괭이눈이라는데 정말 괭이눈이 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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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다섯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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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고도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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