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다. 나 홀로가 아니다. 가족이 모이면 많고 시끄럽고 부산하고 즐겁고 일도 많고 피곤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잔소리도 많고 짜증도 나고 그러다가는 헤어지면서 서로 애처롭다. 손을 흔드는 마음이 아프다. 그들도 아프고 나도 아프다. 뒤에 남은 나도 싫고 가는 그들도 마음이 아프다. 빨간 버스는 가도 마음은 남는다. 그리고 쓸데없이 눈물은 흐른다.
아이들 아내 보내고 슬슬이로 모자라 찰칵까지 매고는 길을 나섰다. 나를 보는 이들이 이상하리라. 추석날 가방을 등에 매고 모자는 쓰고 어린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는 지나가니 이상할 수밖에.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은 마음 먹고 찰칵을 하기로 작정. 그래서 가방까지 둘러매고 출발. 무겁다. 시간이 늦을까 봐 부리나케 페달을 밟는다. 머릿속에 작정을 한 왜개연을 그리며 슬슬이 속력을 높인다. 그곳에 오니 젊은이 둘이 데이트 중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그곳에 왜개연이 있는데................ 그래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찰칵에 들어가니 그들은 내게 그런다. 전혀 신경쓰시지 말고 찰칵을 하랜다. 내가 하도 열심히 눌러대니까 그들은 결국 " 좋은 작품 많이 찍으세요." 그러고는 자리를 옮겨 준다. 감사. 또 감사.
<왜개연>
<자라풀)
그리고는 또 슬슬이 타고는 남행. 가는 길에 야생오리들이 노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디에서 짐을 풀고 다가갈까를 작정했는데, 별무 효과다. 그들은 접근 거리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내 렌즈의 찰칵거리를 넘어선다. 가까이 갈 수가 없다. 겨우 찍은 게 이 모양이다. 저 오리들에게 행복 있으라!
오늘은 한가위라 황룡강변에 사람들이 꽤 많다. 놀이하는 사람, 걷는 사람. 그런데 하나 아쉬운 건 그들은 서로 인사할 줄을 모른다는 거다.. 인사를 해도 받을 줄도 모른다. 참, 안타깝고 화도 나고 그렇다. 우리 한국인들이 자기방어를 철저히 해서인가! 저 야생오리들에게까지 부끄럽다.
가던 길에서, 보아둔 둥근잎유홍초. 별로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분포다 그런들 어쩌란 말인가?
어느덧 해가 뉘엿거린다. 동쪽을 바라보니 산들의 모습이 벌써 깜깜해 거멓게 보인다. 유탕쪽의 모녀여근곡이 눈에 들어온다.
유탕교에 이르니 동산에 만월이 인사를 한다.
저 달을 두고 많이도 소원을 빌었을 거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우리 가족 넷을 모두 송파 어느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때도 저렇게 석양에 달이 돋아오르고 있었다. 코치가 아이 둘을 데리고 만월을 향해 소원을 빌자고 했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말과 함께. 소원을 다 빌고 나자, 코치가 아이 둘에게 물었다. 승진이는 뭐라고 빌었냐? 그는 뭐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 아이에게, 희준이는 뭐라고 빌었냐? 우리 아이 기상천외한 대답. 코치가 놀라 한 마디. 야, 너 그거 왜 미리 안 가르쳐 줬어? 희준이 대답, 언제 물었어요?
"달님, 제가 바라는 것은 모두 들어주세요." 이게 우리 아이가 빈 한 가지 소원.
그 아이가 지금은 커서 대학 졸업반이다. 그 아이와 그 아이 누나, 그리고 그들의 엄마는 추석이라고 왔다가 고생만 하고는 떠났다. 그래도 올해는 풍성한 한가위다. 온통 과일 천지다. 윤달이 들어서 한가위가 늦게 든 때문일 거다. 이제 철은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 오늘은 주행 시간이 무려 두 시간을 넘어섰다. 찰칵 덕이다.

가족들 떠나보내고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쓸쓸한 마음이 다소 가셨으리라고 봅니다.
지는 오늘 남산에 달구경 갈까합니다.
혼자 유유자적!